권성동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23일 결국 사퇴했다. 임명된 지 3주, 뚜렷한 이유나 명분에 대한 설명 없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경질 통보를 받은 지 4일 만이다. 권 총장은 “복당 결정 때문이 아니다는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에 따라 명예가 회복됐다고 판단해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 총장 본인이야 당 내분이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른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마음으로 경질 통보를 받아들였겠지만, 전후 사정을 뻔히 아는 당 내외에서는 새누리당이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명분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오로지 다수 계파인 친박계의 의지가 관철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무소속 탈당파 의원의 복당 결정 문제가 아니라 권 총장과의 당무 견해차라는 입장을 밝혔다지만 경질 명분의 분칠(粉漆)에 지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주관 하에 비대위원 투표를 통해 일괄 복당 결정을 내린 후 “당의 기강” 운운하며 이틀간 칩거에 들어갔다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느닷없이 권 총장 경질 방침을 밝혔다. 앞서 유승민 의원이 포함된 일괄 복당 결정에 반발, 권 총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재선 이상의 강경파 친박계 의원들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과정에 청와대의 책임 추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차적 하자가 없었던 일괄 복당 이후 왜 친박계가 두 차례 계파 모임을 통해 권 총장을 타깃으로 삼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임명직인 권 총장과 달리 선출직인 정진석 원내대표를 세의 위력을 과시해 내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사무총장은 한 달여 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직무를 맡고 있는 만큼 비박계인 권 총장이 관할하는 한 당권 장악에 유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 총장의 사퇴는 4ㆍ13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박계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공천, 총선 참패 후 정 원내대표가 주도한 혁신안 무산 시도에 이어 친박계의 위력 시위 성공 사례에 오르게 됐다. 이 과정에 명분도, 당헌ㆍ당규도 철저히 무시됐음은 물론이다. 새누리당이 그토록 비난해오던 ‘떼법’이 절차나 규정 위에 군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친박계 중진은 ‘눈엣가시’같은 유승민 의원의 ‘사상’검증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이런 상황이니 새누리당에서 친박계의 전면적 해체 없이 정당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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