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맞춤형 보육 방안을 놓고 일부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는 등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정부가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폐업 수순을 밟겠다고 한다. 5년째 보육료가 동결된 상황에서 맞춤형 보육료 지원을 20% 삭감하면 정상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어린이집들의 추가 동참이 예고돼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보육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2012년 3월부터 시행한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맞춤형 보육으로 바꾼 것은 나름 이해할 측면이 있다. 보육료와 가정에 지급하는 양육수당에 차이가 있어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탓에 어린이집 이용률이 갑자기 상승했고, 이 때문에 맞벌이 가구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 재정에 한계가 있다 보니 맞벌이 가구가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종일반과 전업주부가 최대 6시간에 필요하면 월 15시간 긴급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맞춤반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정부가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보완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애당초 맞벌이와 홑벌이를 가리지 않고 종일반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갑자기 일하는 여성 위주로 바꾸겠다니 ‘차별’ 논란이 거세진 것이다. 정부와 여야 3당은 이 같은 불만을 감안해 16일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다자녀 기준을 현재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낮추는 한편, 기존에 지원하던 어린이집 보육료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규직이 아닌 학부모의 증빙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문제는 정부가 내달 1일 맞춤형 보육을 예정대로 강행하면서 추후 여야가 요구한 보육료 보전이나 종일반 대상 완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린이집 반발이나 전업주부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여ㆍ야ㆍ정이 보완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개선안을 최대한 빨리 시행하는 게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시일이 촉박해 당장 개선안 시행이 어렵다면 추진 일정이라도 공개하는 게 옳다.
한국 여성의 출산율은 16년째 세계 최저수준이다. 조만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젊은 부부들이 맘 편히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저출산 시대의 핵심 과제다. 맞벌이와 홑벌이를 분리해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