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사진=코파 아메리카 공식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패권을 놓고 창과 방패의 재격돌이 성사됐다. 디펜딩챔피언 칠레가 콜롬비아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 숙적 아르헨티나와 또 한 번의 진검 승부를 예고했다.
칠레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솔저 필드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콜롬비아와 4강전에서 전반 초반에 터진 카를레스 아랑기스(27ㆍ레버쿠젠)과 호세 페드로 푸엔잘리다(31ㆍ보카주니어스)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칠레는 전날 개최국 미국을 4-0으로 대파한 아르헨티나와 오는 27일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난적 콜롬비아를 꺾은 4연승의 칠레는 지난 1946~47년 아르헨티나 이후 앞으로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는 대회 2년 연속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2회 연속 우승의 경우 2007년 브라질 이후 9년만이 된다. 칠레는 1년 전 홈 이점을 안고 사상 첫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등극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아르헨티나(0-0, 4-1)를 눌렀다. 그러나 이번 조별리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칠레를 2-1로 누르며 설욕했다.
반면 2004년 4위 이후 12년 만에 4강에 올라 2001년 이후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콜롬비아는 칠레의 벽에 막혀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콜롬비아는 26일 미국과 3,4위전을 벌인다.
경기 전 콜롬비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2011년 5월 평가전 0-2 패배 이후 칠레를 맞아 5년간 3경기 1승 2무로 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볼 점유율에서도 53(칠레):47(콜롬비아)로 거의 대등했다. 그러나 초반 거칠게 몰아치는 칠레의 압박 축구를 견디지 못한 콜롬비아가 너무 일찍 2실점을 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뒤늦게 만회하기엔 칠레의 빗장이 단단했다. 칠레는 전반 7분 만에 아랑기스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상대 헤딩을 거쳐 페널티지역 한복판으로 연결되자 이를 아랑기스가 오른발로 때려 넣었다.
전반 11분에는 푸엔잘리다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튕겨 나온 슈팅을 반대편에서 잽싸게 달려들던 푸엔잘리다가 텅 빈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전반 종료 후 현지에 내린 폭우와 번개로 경기가 두 시간 이상이 지연된 가운데 맞은 후반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칠레의 압박에 막혀 이렇다 할 활로를 뚫지 못한 콜롬비아는 후반 12분 한 명이 퇴장을 당하는 수적 열세에 놓이며 패배를 자초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강렬하고도 활화산 같은 칠레의 초반 압박 축구가 결국은 승부를 가른 경기"라며 "콜롬비아가 1명이 퇴장 당한 걸 제외하고 후반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양상이었다"고 평했다.
경기 뒤 ESPN은 "칠레가 멕시코를 상대한 8강 7-0 대승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 초반부터 콜롬비아를 몰아쳐 일찍 2골을 뽑았던 것이 결정적"이라고 짚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0주년을 기념한 이번 대회는 1년 만에 치러지고 참가국이 늘어났으며 대회 장소도 남미를 벗어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결국 종착역에서 만난 두 팀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은 전율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