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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rexit and its coinage (신 조합어)

입력
2016.06.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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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길은 ‘exit’이라고 부른다. 접두어 ex-(=out)와 Latin 어근 -it(=go)의 조합에서 온 것이다. Exit은‘다리 건너 첫 번째 출구로 빠져나가세요’(Take the first exit over the bridge)와 같이 사용할 수도 있고, ‘We left through the south exit’처럼 건물의 출구로 빠져 나갈 때도 쓰인다.

그런데 이 흔한 단어에서도 원어민들의 발음은 ‘엑씻’과 ‘엑짓’,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발음을 철자로 적어보면 ‘eksit’이 된다. 이 전통 발음이 사전적이면서 정확한데, ‘egzit’처럼 발음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지면서 혼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EU 탈퇴 여부와 관련해 국론이 분열되면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Brexit이란 어휘의 발음도 두 가지로 나뉘게 된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 여부는 여론 조사의 Brexit poll보다 규모가 큰 국민투표 Brexit referendum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적 관심거리가 되었다. 이 얘기는 BBC나 미국의 많은 TV 뉴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오고, 거기서 ‘What will happen if Britain quits the EU?’, ‘Will the UK leave the EU?’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선 ‘Brexit’은 British Exit을 줄여서 부르기 시작한 것인데, ‘영국의 탈퇴,’ ‘영국의 탈출’과도 같은 조합어는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합성어가 아니다. 그리스가 국가 채무 디폴트 상태에 이르러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부터 Grexit라는 조합어가 나왔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EU에서는 양분된 발음과 관련해, 이를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다룰 수 밖에 없었다. 원어민들이 ‘브렉씻,’‘브렉짓’ 두 가지로 발음하면서, 위와 같은 파생 문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정확한 발음은 ‘브렉씻’이고 그 근거는 exit의 발음에 있다. 그리스의 탈퇴를 ‘그렉씻’이라고 발음하듯, 영국의 EU 탈퇴는 ‘브렉씻’ 발음이 옳다. 일부 원어민들이 습관적으로‘브렉짓’이라고 하는 이유는 exit을 ‘엑짓’으로 잘못 발음하기 때문이다.

탈퇴에 대한 고전 단어는 ‘withdrawl’이지만 일상적 표현으로 쉽게 쓸 수 있는 단어는 ‘exit’이기 때문에 ‘Brexit’과 같은 조합어는 앞으로도 자주 나올 것이다. 이미 Ireland의 탈퇴 얘기가 나올 때 ‘Irexit’이 나왔고 Spain의 탈퇴 논란 때는 ‘Spexit’라는 말도 나왔다. 비슷한 예로 이탈리아의 탈퇴로는 ‘Italexit’ 표기도 나왔다. Portugal이나 Luxembourg 등이 비슷한 문제를 논하게 되면 ‘~exit’과 조합한 단어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나라명 첫 음절과 exit을 덧붙여 조합하면 다양한 조합어가 가능해지는데 키프로스의 경우는 Cyprexit 같이 특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Portugal처럼 다음절 국가명인 경우 Portugexit이 될지 아니면 Portuxit 또는 Porexit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Luxembourg 도 간단하게 Luxexit이 될 수도 있고 Italy의 경우는 Itexit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부를지는 국제 언론과 당사자들이 편의상 부르게 되는 묵시적 합의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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