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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더 뜨거운 ‘스키의 고장’ 베일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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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더 뜨거운 ‘스키의 고장’ 베일의 변신

입력
2016.06.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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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익스트림 스포츠 축제

‘2016 고프로 마운틴 게임’ 현장

“베일의 역발상, 평창이 본받길”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에서 카약 종목 참가자가 노를 젓고 있다. 고프로 제공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에서 카약 종목 참가자가 노를 젓고 있다. 고프로 제공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베일은 원래 스키의 고장이다. 이곳에 위치한 ‘베일 리조트’는 미국 스키 리조트 중 가장 크고 북미 대륙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키 명소다.

로키산맥에 자리잡은 수많은 스키 리조트들 가운데서도 베일은 독특한 탄생 배경을 갖고 있다. 보통 마을이 생기고 스키 리조트가 자리잡는데 비해 베일은 스키 리조트가 먼저 들어선 뒤 마을이 조성됐다.

탄생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베일은 겨울 한 철 장사로 먹고 살았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달라졌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베일 밸리 재단이 역발상으로 기획한 익스트림 스포츠 축제 ‘고프로 마운틴 게임’ 덕분이다.

베일의 ‘고프로 마운틴 게임’ 에서 카약 참가자가 노를 젓고 있다. 고프로 제공
베일의 ‘고프로 마운틴 게임’ 에서 카약 참가자가 노를 젓고 있다. 고프로 제공

로키산맥 한 가운데서 노 젓고, 달리고

2002년 시작해 올해 15회째인 고프로 마운틴 게임 대회는 어느새 미국 최대 규모의 익스트림 스포츠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 10일~13일(한국시간)열린 대회는 진흙 위를 달리는 머드런, 카약, 클라이밍,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플라이 피싱 낚시대회 등 총 25가지 종목에 걸쳐 시합이 벌어졌다.

이 중에서도 급류를 이용한 카약과 산악자전거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신나게 노를 젓다가 배가 뒤집어지면 로키산맥에서 쏟아진 깨끗한 물과 한 몸이 되는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다. 더러 급류에 배가 역방향으로 흘러갈 때면 만년설이 덮힌 산들을 병풍처럼 둘러선 장관을 볼 수 있다.

산악자전거의 경우 산소가 부족한 해발 2,500m 고지대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경사도 만만찮아 산을 오를 때 참가자들이 내뿜는 거친 숨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하지만 코스의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내리막에서는 아찔한 속도감이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든다. 힘들면 중간에 쉬어가며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하면 된다.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참가자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고프로 제공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참가자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고프로 제공
고프로 마운틴 게임의 이색 종목 중 하나인 애완견 멀리뛰기. 고프로 제공
고프로 마운틴 게임의 이색 종목 중 하나인 애완견 멀리뛰기. 고프로 제공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이름 때문에 남성들만의 거친 스포츠 행사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여성 참가자들도 남성 못지 않게 많고, 여성들을 위해 스웨덴의 유명 요가 강사 레이첼 브래슨이 진행하는 요가체험 행사도 열린다. 또 애완견 멀리뛰기와 5km 러닝 등 반려동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있다. 해가 지면 하루 종일 대회에서 땀을 흘린 참가자들을 위해 넓은 잔디밭에서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베일에서 그려보는 ‘평창의 여름’

스키의 고장이 한여름 익스트림 대회 장소로 변신한 베일의 사례는 우리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인프라 활용 대책이 없는 강원도 등에서 벤치마킹 해볼 만 하다.

우선 베일의 경우 기획력이 돋보인다. 자연환경이란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해 익스트림 스포츠를 유치한 뒤 여기 맞는 종목들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 대회 덕분에 겨울철 스키용품을 팔던 상점들은 여름에도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용품부터 관광객을 위한 이어폰까지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대회 기간에는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 용품업체들이 길거리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 졸지에 거리 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덩달아 주변 식당들도 장사가 잘 돼 지역 수입도 증가한다.

사람이 몰리니 기업들의 후원도 이어진다. 2013년부터 행사를 후원한 고프로는 전세계 액션카메라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약 16억 달러(약 1조 9,000억원)다.

이 때문에 베일에서는 익스트림 대회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베일 밸리 재단의 데이브 드레스먼 부사장은 “고프로 마운틴 게임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활기찬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이라며 “더불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을 참가자들도 부러워한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고효주(28)씨는 “국내에도 이런 대회가 있다면 익스트림 스포츠 저변이 넓어지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대회 중 슬랙라인 종목 참가자가 공중 회전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대회 중 슬랙라인 종목 참가자가 공중 회전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참가자들이 인공암벽에서 클라이밍 경기를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미국 베일에서 열린 ‘고프로 마운틴 게임’ 참가자들이 인공암벽에서 클라이밍 경기를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베일(콜로라도)=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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