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서쪽, 즉 안산 쪽을 바라보던 시원스런 스카이라인이 사라져버렸다. 지대가 높아 반대편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도 서쪽 풍경이 바뀔 거라 상상도 못했건만. 서대문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다 올라가기 전부터 기존의 스카이라인은 눈에서 사라졌다. 그 풍경을 잃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체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 이제는 좀 살 만하지만. 그곳에 건설 중인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고 좋아하며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는 낙으로 살던 한 젊은 이웃은 입주를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말 그대로 의문사였다. 풍수지리 깨나 안다고 한 이웃사람의 말에 의하면, 갑자기 형성된 고층 아파트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그 사람을 쳤기 때문이란다. 그 말대로라면, 고층 건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 같은 위험을 안고 산다는 뜻일 테니 도시화의 과장된 해석이다. 아직은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그 아파트 동들 사이로 잃어버린 저녁노을을 찾으며 걸을 때는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풍수지리를 들먹인 앞 사람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계절의 끝나면 그곳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바람이 이곳으로 몰아칠 것이다. 바람소리는 또 얼마나 음산할까. 지금도 붐비는 인왕산 자락길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날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심호흡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온전한 내 것이란 하나도 없거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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