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총기규제 입법을 촉구하며 22일(현지시간) 의사당 안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미 역사상 최대의 총기참사인 올랜도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틀 전 상원에서 총기규제 관련법 4건이 모조리 거부된 데 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표결이 봉쇄되자 나온 선택이다.
연좌농성은 1960년대 셀마-몽고메리 참정권 운동행진 등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한 유명한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인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이 이끈다.
그는 동료 의원들 40여 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에 입장해 "우리나라 무고한 이들의 피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닫고 있다"며 "얼마나 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결정을 하겠는가"라며 즉각 총기규제 입법에 나설 것을 공화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또 "지금은 행동할 시간"이라며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하원이 추진하려는 법안은 이른바 'no fly, no buy'(출국금지 대상자의 총기 구매 금지) 법안이다. 테러 의심을 받아 출국이 안 되는 이들의 손에 총기가 쥐어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루이스 의원의 입장 발표가 끝나자 의원들은 총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한 뒤 오전 11시30분께부터 의사당 바닥에 앉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그러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후 1시를 기해 휴회를 선언했다. 애슈리 스트롱 하원의장 대변인은 트위터에 "하원은 규칙을 따르는 구성원 없이 운영될 수 없다"며 "의장의 요청에 따라 휴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테드 포(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이 민주당 농성의원들에게 의사당을 떠나 달라고 요구했으나 "입법 없이 휴회 없다"(No bill, No break)라는 구호에 파묻혔다.
의원들은 오후 8시 현재까지 8시간 이상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참여의원도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그러나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연좌농성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쇼(publicity stunt)"라고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그들은 우리가 적법절차 없이 한 사람의 헌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빼앗는 법안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상원도 이미 이를 거부했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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