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석 같은 여성 래퍼들이 많거든요. 마음이 아프죠.”
여성 래퍼 키썸(23ㆍ본명 조혜령)은 케이블채널 Mnet의 힙합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를 본 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지난 17일 결정된 프로그램 속 본선 진출자 12인 중에 여성 래퍼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를 찾은 키썸은 “아무래도 남성 래퍼들에 비해 대중이 (여성 래퍼들에)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라도 열심히 활동해서 여성 래퍼들의 설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자신의 새 미니앨범 ‘MUSIK’을 대중 앞에 선보인 키썸은 지난해 3월 방송된 Mnet의 여성 래퍼 경연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1’으로 얼굴을 알렸다. 당시 결승 진출을 코앞에 두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소녀 같은 외모에 소년처럼 통통 튀는 성격과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여 힙합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제시, 치타 등 당시 경연에 함께 참가했던 래퍼 대부분은 여장부를 연상케 하는 강한 캐릭터였다. 키썸은 이번 앨범을 통해 여성 래퍼에게 새겨진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여성 래퍼는 강인한 눈빛을 가진 기 센 여자란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세상을 향한 공격적인 메시지 대신 소소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일상적인 랩을 하는 게 제 스타일이죠."
타이틀 곡 ‘No Jam(노잼)’ ‘옥타빵’을 포함해 다섯 곡이 수록된 이번 새 앨범에 20대 초반 조혜령의 평범한 일상과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외로움 같은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 것도 선입견을 넘어서고 싶다는 맥락에서였다.
키썸은 지난 6개월 동안 모든 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하며 앨범을 완성했다. 기존의 키썸 음악에서 자주 쓰이던 피처링도 없이 오롯이 키썸의 목소리만으로 채웠다. 스스로도 “내 자식 같은 앨범, 혼을 담은 앨범”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열정을 바쳤다.
‘서울시 송파구 어딘가 편의점 빌라 위 옥탑방’ ‘냉장고보다 추운 옥탑방에 올라가 따뜻하진 않아도 열정이 불타올라’(‘옥타빵’) 등 경험에서 비롯된 가사에 특히 애착이 간다. 키썸은 “옥탑방은 울고 웃으며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시간이 흘러 혹시라도 변해있을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며 타이틀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앨범 활동이 잘 마무리 되면 2주 동안 잠수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일 땐 영락없는 20대 청춘이다. 하지만 음악인으로서 꿈꾸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금세 진지한 눈빛이 반짝거린다. “지하철 탈 때나 잠들기 전에 듣는 노래요. 누군가의 일상에 녹아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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