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번 가 볼까’ 싶다가도 왠지 모를 두려움이 드는 곳이 열사의 땅 중동이다. 중동에 다녀온 2030세대의 경험담을 토대로 날씨, 의식주, 급여 체계, 휴가 제도 등 중동 현지 생활의 궁금증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무척 더울텐데, 생활에 어려움은 없나.
“중동 지역은 대개 여름철 기온이 50도에 육박한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점심시간을 2시간 보장해주는 것도 한낮엔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습도가 낮은 편이라 햇빛만 피하면 어느 정도 견딜만하고, 숙소나 사무실에 에어컨이 구비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다만 해안가 근처 건설현장은 습도가 높은 데다 바닷바람이 심해 에어컨이 자주 고장난다고 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궁금하다.
“식사는 100% 한식으로 제공된다. 전문 외주업체가 현지에서 ‘함바(건설현장 식당)’를 운영한다. 현장의 예산ㆍ조직을 책임지는 현장소장이 식사 예산을 얼마로 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대개 식사의 질은 훌륭하다. 숙소는 2명이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별로 방은 따로 쓰기 때문에 여가는 독립적으로 누릴 수 있다. 옷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반팔 유니폼을 입고, 빨래는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의 외주 업체가 대신한다. 대개 캠프마다 세탁기도 20~30대씩 갖추고 있어 직접 빨래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매점도 있다. 과자나 라면, 음료 등을 판다. 다만 품목이 종류별로 4~5가지에 불과하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B급’제품들이 많다.”
-중동에 파견되면 연봉은 높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지.
“건설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통상 중동 파견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받는 연봉의 1.5~2배 수준을 받는다. 게다가 캠프 내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는 비용 정도를 빼면 현지에서 돈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강제 저축’도 가능하다. 때문에 중동에서 2~3년 바짝 벌어 창업용 자금을 만들고자 파견 근무를 자원하는 2030도 꽤 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한 1차 하도급 업체 소속 박모씨는 ‘한국에선 세후 기준 한 달에 260만원을 받았는데 사우디에선 현지근무 수당 등을 합쳐 500만원 정도를 받았다. 3년 정도 열심히 저축해 귀국 후 커피숍을 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휴가는 일 년에 몇 번이나 되나.
“통상 4달에 한 번씩 15일간 정기휴가를 쓸 수 있다. 건설사 내규 상 휴가는 최대 열흘까지 보장되지만, 중동과 한국간 이동거리(대개 이틀 소요)를 고려해 15일을 준다고 한다. 왕복 비행기 값도 회사에서 전액 지불한다. 이런 파격적인 휴가 제도 덕에 국내 건설사 내 토목담당 직원들 사이에서도 중동 현장근무에 대한 시각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한다. 장 씨는 ‘도로, 철도, 댐,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을 담당하는 토목분야 공사의 특성상 국내나 해외나 어차피 집과는 멀리 떨어진 오지 근무인 셈’이라며 ‘국내 토목현장에선 휴가를 많이 쓰기 어려운데, 그럴 바엔 월급도 많이 주고 휴가도 꼬박꼬박 챙겨주는 중동 현장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전했다.”
-외출은 자주 나가나.
“각 현장, 국가별로 다르다. 이슬람국가연합(IS)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에선 외출 자체가 쉽지 않다. 발주처와 업무 미팅이 있을 때도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모두 착용하고, 총을 든 보안 요원을 대동해 밖으로 나갈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다. 그 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지역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외식 목적으로 도심 지역에 다녀온다. 초기엔 호기심에 양머리 음식 등 현지 음식에 도전하지만 조금 지나면 맥도날드 같은 햄버거 집만 찾게 된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