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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ㆍ자동차 안 사고 빌려 써요” 공유경제 주축이 된 청년들

입력
2016.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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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대 정장 나흘간 대여

카셰어링 이용자 83%가 2030

“중고는 합리적 소비” 인식으로

물건공유 플랫폼 서비스 인기

SNS 등 통해 연결ㆍ공유에 익숙

공유경제는 라이프 스타일이자

창업 기회로도 가능성 무궁무진

21일 서울 광진구 의 정장을 대여 기업 열린옷장을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피팅룸에서 매니저의 도움을 받으며 정장을 입어 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21일 서울 광진구 의 정장을 대여 기업 열린옷장을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피팅룸에서 매니저의 도움을 받으며 정장을 입어 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 취업준비생 김기현(28)씨는 올해 초 친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정장을 빌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정장공유서비스인 ‘열린 옷장’에 가입했다. 김씨는 열린 옷장 대여점을 찾아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재킷과 바지, 넥타이 등을 직접 착용해보고 대여했다. 김씨가 3박4일 동안 면접용 정장세트를 빌리는 데 든 비용은 3만 4,000원. 그는 “새 정장을 사려면 최소 20~30만원이 필요한데 깨끗한 정장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 만족한다”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취준생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3살 딸을 둔 주부 권현아(32)씨는 최근 어린이집에서 아동 의류 공유 서비스 ‘키플’을 소개받았다. 어린이집과 연계된 키플에 아이의 작아진 원피스를 기증하고 판매 가격의 70%인 5,000원을 적립 받았다. 적립금으로는 큰 사이즈의 반바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 권씨는 “아이가 금방 성장해서 비싼 새 옷을 사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못 입는 옷을 활용해 깨끗한 중고 옷을 믿고 거래할 수 있어 앞으로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유가 아닌 나눔을 통한 ‘공유경제’로 만족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고가의 제품을 소장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을 재빠르게 찾아 적절한 가격에 빌려 쓰고, 공유하는 20,30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소비방식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자체 혹은 새로운 창업 기회로 각광받는다.

레이첼 보츠먼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유경제의 주체로 자리매김한 2030세대를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으로 규정했다. 위(we) 제너레이션은 “서로 연결돼 있고, 협동을 통해 경제적 변화를 갈망하는 세대”라는 의미로, 개개인의 소비에 치중했던 이전의 세대 ‘미(Me) 제너레이션’의 반대 개념으로 이름 붙인 것이다.

이 세대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음악을 다운로드해서 듣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며 자라 연결과 공유에 익숙하다. 여럿이 사는 집에 살면서 대학 강의를 다운받아 듣거나, 공공 자전거, 공공 차를 타고 공유사무실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 출근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경험을 공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실제 북미와 유럽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기업이 성장하는 데 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문효은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 특임교수는 “청년실업과 경기침체, 값비싼 학자금과 학자금 대출로 인하여 빚을 지고 사회에 나서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자원과 비용을 절약하는 공유경제 방식이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면서 “전통적인 소비가 물건을 구입해 개인이 소장하는 것이었다면 젊은 세대의 소비는 ‘이용’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한 공유기업이 등장했다. 대다수가 소규모의 스타트업 기업들이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의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세다. 대상은 의류, 장난감, 공구에서 사무실, 자전거, 승용차를 망라한다.

가장 빨리 자리 잡은 것이 ‘카셰어링’ 서비스다. 카셰어링이란 공영주차장 등에 차량을 배치해 놓고 회원이 이를 자유롭게 예약, 이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형 서비스로, 차량유지비보다 훨씬 저렴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이용자 연령은 20대와 30대가 각각 55%, 28%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값비싼 정장이나 몇 번 입지 못하는 아이의 옷을 빌려주는 의상대여점이나, 많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물건공유 플랫폼 서비스도 인기다. 중고 아동 옷을 대여 또는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인 ‘키플’을 운영하는 이성영 대표는 “초기만해도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고에 대한 인식이 합리적 소비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라고 말했다.

공유경제가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으면서 스스로 기업가로 나서는 20,30대도 등장했다. 이색적인 도시문화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진 ‘어반폴리’, 대학교재를 공유하는 ‘빌북’, 지식공유 플랫폼인 ‘위즈돔’ 등은 스스로 세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결과물이다. 청년주거 문제를 고민하다 연희동에 셰어하우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정재형 드로우주택협동조합 대표는 “방에서 혼자 살지만 입주자 간의 교류를 즐길 수 있도록 공용공간이 제공되는 형태의 주거는 독립적이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맞춤형 주거”라면서 “지금은 공유가 대안적인 소비 개념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론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위 제너레이션을 주축으로 한 공유경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가 젊어질수록 공유경제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유경제 확산의 중요한 환경적 변화”라면서 “공유에 대한 인식이 합리적 소비로 바뀌고 있는 만큼 초기 물건 공유에 국한됐던 사업 영역에서 인적 자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유, 교환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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