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포 조장 VS 이민자 혐오 조장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두 쪽이 난 가운데 찬반 양 진영의 핵심인사들도 정면으로 격돌했다. 잔류 진영은 탈퇴론자들이 거짓 주장을 동원해 ‘혐오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탈퇴 진영은 투표일인 23일이 영국의 ‘독립 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주요 인사들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BBC방송 토론에 참석해 한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6,000여명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주민, 경제 및 교역, 자주권 등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토론에서는 런던의 전ㆍ현직 수장인 칸 시장과 존슨 전 시장이 정면 충돌했다. 잔류파인 칸 시장은 탈퇴론자들이 이민자 유입 우려를 과장하는 등 거짓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브렉시트 찬성 단체가 배포한 전단지에 터키의 EU 가입이 임박한 것처럼 묘사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혐오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존슨 전 시장은 이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영국이 EU의 간섭을 벗어나 자체적으로 이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EU로부터 순 유입된 18만4,000여명의 이민자 중 7만7,000명은 일자리 제안을 받지 않은 채 들어온다”며 통제권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탈퇴 진영의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장관은 영국 중앙은행 입장을 인용하면서 통제되지 않은 이민이 노동자 임금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으로 거들었다.
양 진영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각각 비관론과 긍정론을 펼치며 공세를 강화했다. EU 잔류파인 루스 데이비슨 스코틀랜드 보수당 대표가 “소규모 영업자들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 온 EU 시장을 포기하면 영국 수출품에 관세가 부과돼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존슨 전 시장은 이러한 주장이 ‘공포 캠페인’에 지나지 않으며 독일이 영국 제품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예측은 “미친” 생각이라는 거친 발언으로 논란을 일축했다.
영국의 자주권에 대한 논쟁에서는 탈퇴 진영이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주장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리드섬 장관은 유럽의회가 영국 국내법의 60%를 통제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존슨 전 시장 역시 “EU 법으로 인해 중대 범죄자들을 추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잔류 진영은 정확하지 않은 통계 수치로 유권자들을 오도한다고 응수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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