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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뿜는 활화산 에트나

입력
2016.06.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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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미나의 야외극장을 찾은 관광객이 에트나 산과 낙소스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타오르미나=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타오르미나의 야외극장을 찾은 관광객이 에트나 산과 낙소스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타오르미나=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섬의 동쪽에 시칠리아를 지배하는 산이 있다. 해발 3,329m. 유럽에서 제일 높은 활화산이다. 섬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한 이 산은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도 언제 용암을 분출할지 모르는 살아있는 화산이다.

해질녘 멀리서 바라본 에트나산의 윤곽.
해질녘 멀리서 바라본 에트나산의 윤곽.
아직도 흰 눈을 조금 이고 있는 에트나산 정상.
아직도 흰 눈을 조금 이고 있는 에트나산 정상.

두려움의 대상인 에트나는 그 자체로 신화였다. 그리스 신화의 대장장이 신인 불칸의 무대가 에트나였고, 포세이돈의 아들로 외눈박이 거인족인 폴리페무스도 이 산의 동굴에 살았다. 100개의 머리를 가진 티폰이 올림푸스로 진군할 때 제우스는 에트나 산을 던져 가둬 버렸다. 에트나가 분화할 때면 티폰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2년 전에도 분출이 있었고 주변 공항이 한동안 통제됐다. 따뜻한 지중해와 설산의 에트나는 극단의 조화를 이룬다. 2월에는 스키를 타고 내려와 바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고. 에트나의 중턱까지는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곤돌라를 타고 더 오를 수 있다. 최정상의 분화구는 접근 금지다. 에트나는 최고의 전망대다. 분화구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으로 가득찬 도시 카나티아의 풍경이 장쾌하다.

들꽃이 가득 피어난 에트나 산의 한 작은 분화구.
들꽃이 가득 피어난 에트나 산의 한 작은 분화구.
분화구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을 이고 낮게 깔려있는 도시 카나티아의 풍경.
분화구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을 이고 낮게 깔려있는 도시 카나티아의 풍경.

에트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카타니아는 불사조 같은 도시다. 1669년 에트나의 대분출로 용암이 도시를 덮쳐 1만2,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1693년의 대지진으론 2만명 넘게 숨졌다. 당시 솟았던 화산재의 흔적을 지금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카타니아 중심 광장의 오벨리스크를 이고 있는 코끼리 상.
카타니아 중심 광장의 오벨리스크를 이고 있는 코끼리 상.
카타니아 대성당.
카타니아 대성당.

잇단 재앙에도 도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위대한 시민들은 재건에 나서 참혹한 폐허 위에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검은 화산암으로 만든 코끼리가 오벨리스크를 등에 태우고 있는 조각이 자리한 중심 광장에는 카타니아의 상징인 대성당이 있다. 예전에 사용한 대리석 기둥과 까만 화산암을 절묘하게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타오르미나 테아트로 그레코. 극장 너머로 에트나 산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변이 함께 펼쳐진다.
타오르미나 테아트로 그레코. 극장 너머로 에트나 산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변이 함께 펼쳐진다.

해안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 시칠리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타오르미나가 있다. 여름 최고의 휴양지로 전 세계 부호들과 연예인들이 몰려드는 곳.

타오르미나의 상징은 테아트로 그레코. 기원전 3세기 세워진 그리스식 야외극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소에 세워진 극장이다. 무대 뒤편의 기둥 너머로 에트나와 활처럼 휘어진 낙소스만, 짙푸른 지중해가 한 눈에 펼쳐진다. 이곳도 국제적인 행사의 무대로 활용된다. 마침 찾은 날 이곳에선 타오르미나 영화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솔라 벨라.
이솔라 벨라.
지아르디니 낙소스의 그리스 유적 발굴터.
지아르디니 낙소스의 그리스 유적 발굴터.

타오르미나 인근 바닷가엔 매혹적인 섬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솔라 벨라(Isola bella). 맑은 물빛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의 꼭대기엔 영국의 부호였던 한 여성이 지은 아름다운 집이 서 있다.

타오르미나 이웃도시인 지아르디니 낙소스(Giardini-Naxos)는 기원전 735년 그리스인들이 시칠리아에서 제일 처음 정착한 곳이다. 시칠리아 문명의 시발점이었다. 에트나의 거친 호흡과 함께 시칠리아의 정신이 만들어졌다.

시칠리아(이탈리아)=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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