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직 기수 등 24명 적발
조폭도 개입 18번 순위 바꿔
제주ㆍ과천 등 전국 경마장에 만연한 ‘경마 승부조작 비리’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뒷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거나 관련 정보를 빼내 제공하는가 하면, 조직폭력배 등과 결탁해 불법 경마장을 운영하는 등 복마전과도 같은 비리의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전ㆍ현직 기수 8명을 포함 15명을 한국마사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18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도주한 6명에 대해선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제주경마 소속 기수 이모(34)씨는 2010년부터 2011년 8월까지 같은 소속 기수들에게 뒷돈을 주고 18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마브로커 황모(50)씨, 조직폭력배 일원인 이모(46)씨와 함께 기수 4명에게 수차례에 걸쳐 1억450만원의 뒷돈을 주고 승부 조작을 주도했다. 기수들은 우승이 예상되는 경주마를 출발 전 자극해 출발을 늦추고, 경주마가 앞서 나갈 때는 말의 움직임과 엇박자로 고삐를 당겨 3위 이하 순위를 차지하도록 총 18건의 승부를 조작했다.
승부 조작을 주도한 이들은 배당률이 높은 말에 돈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겼다. 1,2위를 맞히는 복승식 마권이 일반적이어서 우승 가능성이 높은 말 3,4마리 중 1,2마리만 뒤처지게 하면 다른 말에 돈을 걸었을 때 배당률이 높아진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불법 사설경마장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자신의 영업장에서는 배당금 지급 위험을 줄이고, 자신은 다른 사설경마장에서 배당률이 높은 마권을 구매했다. 조직폭력배 이씨는 승부 조작 정보를 이용해 직접 마권을 사거나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팔았다.
검찰은 처음으로 불법 마주도 적발했다. 마사회법상 마주로 등록할 수 없는 조교사(승마를 훈련시키는 사람) 김모(48)씨는 대리 마주를 내세워 2014년부터 3,400여만원의 상금을 챙기고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 상태 등 정보를 팔았다. 말 관리사 권모(44)씨도 20억원대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마 정보를 제공하고 3,6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수백억원대 규모의 사설경마장을 운영해온 조직도 잡았다. 사설경마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실시간으로 경마장 현장 동영상을 촬영, 제공하는 등 조직적으로 운영한 김모(43)씨 등 9명이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마권을 사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승부 조작의 폐해를 밝혀냈다”며 “특히 그동안 경마 비리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불법마주, 대리마주의 존재를 처음 밝혀 형사처벌했다”고 설명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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