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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상반기에만 1조3000억 충당금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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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상반기에만 1조3000억 충당금 쌓는다

입력
2016.06.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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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해운업 부실 털어내는 사실상 빅배스”

대우조선 여신등급 ‘요주의’강등 검토…산업ㆍ수출입은행만 ‘정상’분류

부실채권대비 충당금 적립비율은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50%P가까이 낮아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부실화 위기에 빠진 NH농협은행이 올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대손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당장 충격이 크겠지만 뒤늦게나마 부실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다.

22일 농협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 이해자료’를 배포했다. 우선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총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충당금 4,000억원을 쌓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보통 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빅배스’를 연도 중에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배스(Big bath)는 금융기관이 충당금을 대거 쌓아 한번에 부실을 털어내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올 1분기에 충당금 3,328억원을 쌓은 농협은행은 2분기에만 9,000억~1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는 것인데, 이는 농협은행의 분기별 충당금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2분기 충당금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은 앞서 ‘회수의문’(충당금 적립비율 50% 이상)으로 유지했던 STX조선의 여신 등급을 지난달 법정관리 돌입에 따라 ‘추정손실’(적립비율 100%)로 낮추면서 4,0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추가로 쌓게 됐다.

특히 농협은행은 그간 논란이 됐던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등급도 ‘정상’(적립비율 0.85% 이상)에서 ‘요주의’(4% 이상)로 강등할 것을 대비해 추가로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대우조선에 1조4,417억의 여신이 물려 있는 농협은행은 국책은행인 수출입ㆍ산업은행에 이은 3대 채권은행이다. 앞서 KB국민ㆍ신한ㆍIBK기업 등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하고, KEB하나ㆍ우리은행 등도 요주의 강등을 검토하는 가운데서도 농협은행은 대우조선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정상’ 유지를 고집했다. 하지만 결국 농협마저 버티지 못하고 여신등급 강등을 검토하면서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있는 수출입ㆍ산업은행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농협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한 여신 등급도 요주의에서 ‘고정’(적립비율 20% 이상)으로 강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 이번 빅배스로 조선ㆍ해운업에 가진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지난해 말 8조9,000억원에서 올 6월말 6조2,000억원, 그리고 올 연말 4조9,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3분기까지 적자를 내다가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해 연간 기준으로는 소폭 흑자 결산이 가능하다”면서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배당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부실 우려가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은 5월말 기준으로 88.3%에 불과한데, 빅배스를 단행한다고 해도 90% 내외에 그칠 전망. 이 비율은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의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120~160%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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