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왼쪽부터)-이대호-박병호-추신수.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는 수비 시프트(변칙 수비)를 자주 쓴다. 상대 타자를 압박하기 위해 타구가 갈 확률이 높은 쪽으로 수비수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MLB 네트워크는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지난해보다 시프트가 70% 증가했다"며 "탬파베이는 지난해 216차례 시프트를 시도해 85실점을 막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타자들은 빅리그 경험과 데이터가 많지 않음에도 역시 시프트를 곧잘 마주한다. 왼손 타자 김현수(28ㆍ볼티모어)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내야수들은 1루와 2루 사이에 몰려들곤 한다. 이대호(34ㆍ시애틀)와 박병호(30ㆍ미네소타)도 마찬가지다. 오른손 타자인 이들에게는 2루와 3루 사이에 수비가 쏠린다.
그러나 코리안 빅리거에게 시프트는 장애물이 아니다. 김현수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시프트를 깨고 적시타를 쳤다. 1-1로 맞선 3회 2사 3루에서 상대 수비는 오른쪽으로 움직였지만 김현수는 강한 타구를 날려 1, 2루간을 꿰뚫었다. 그는 전날 경기에서도 부챗살 타법으로 3개의 안타를 왼쪽-가운데-오른쪽으로 하나씩 보내며 상대 시프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1일 현재 김현수의 시프트 상황 타율은 0.576으로 시프트를 하지 않을 때 타율(0.273)보다 훨씬 높다. 볼티모어 타자 전체의 시프트-비시프트 타율이 각각 0.320, 0.308인 점과 비교해도 김현수가 유독 시프트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대호와 박병호도 상대가 시프트를 썼을 때 타율이 더 좋다. 이대호는 시프트 상황 타율 0.500, 비시프트 상황 타율 0.280을 기록했다. 시애틀 타자들의 시프트 시 타율(0.311)보다 훨씬 높다. 박병호 역시 시프트 상황 타율은 0.324, 비시프트 때 타율은 0.217다.
<p align="left">메이저리그 풀타임 9년차 베테랑 추신수(34ㆍ텍사스) 또한 시프트에 강하다. 올해 시프트와 비시프트 타율은 각각 0.348, 0.125다. 특히 추신수는 31타수 가운데 시프트 상황이 23타수로 비시프트(8타수)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반면 텍사스 전체 타자들은 오히려 시프트(0.304)일 때 비시프트(0.305) 상황보다 타율이 낮았다. 추신수는 지난해(0.395ㆍ0.299)와 2014년(0.319ㆍ0.311)에도 시프트가 걸릴 때 타율이 더 좋았다.
강정호(29ㆍ피츠버그)는 올해 한국인 타자 중 유일하게 시프트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비시프트 상황에서 타율은 0.311로 비교적 잘 쳤지만 시프트 상황에서는 0.182에 그쳤다.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는 시프트 상황 타율(0.438)이 비시프트 때 타율(0.340)보다 높았지만 올해는 반대가 됐다.
타자들이 시프트를 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수비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는 "수비가 없는 쪽으로 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평소대로 하면서 더 강한 타구를 날려 시프트를 깨트려야 한다"며 "힘이 실린 타구는 상대가 위치를 옮겼다 하더라도 수비를 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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