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끊임 없이 울리는 회사로부터의 ‘카톡(카카오톡)’메시지 도착 소리에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휴대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업무에 활용, 직장상사 및 선후배로부터 업무연락이 밤까지 이어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 이 같은 ‘카톡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추진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22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근로기준법 제6조 2항을 신설,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근로자에게 퇴근 후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무 시간에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활용해 업무 지시를 주고 받는 직장이 늘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점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SNS가 업무의 영역으로 들어오며 업무와 비업무 간 경계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퇴근 후나 주말, 휴가 중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서는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업무지시를 하려면 월 임금의 22.3%는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신 의원은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과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제품들로 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는 권리와 법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SNS로 인한 퇴근 후 업무 지시가 일상화됐지만 이에 대한 입법은 미비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기본권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법에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 측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이 같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불씨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은 신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김현미ㆍ김해영ㆍ문미옥ㆍ박정ㆍ우원식ㆍ윤관석ㆍ이개호ㆍ이종걸ㆍ이찬열ㆍ이철희ㆍ표창원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기업의 노사협약으로 업무시간 외 연락금지 방침을 적용한 데 이어 정부차원의 법제화도 시도되고 있다. 2013년 독일 노동부는 비상 상황을 제외한 퇴근 후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고, 프랑스 노동부도 최근 노동개혁 법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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