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의 공중파 아나운서들은 Toys R Us를 ‘토이즈 알 어쓰’라고 발음했다. 이 브랜드는 전 세계 수십 개의 국가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점포를 두고 있는데, 상호가 이상하게 생긴 까닭에 세계 여러 사람들은 이 발음을 어떻게 해야 옳으냐며 ‘How should I pronounce Toys R Us?’라고 질문한다.
단순히 어린이들의 장난감 슈퍼마켓 상호 문제로 끝나지 않은 배경에는 어린이들이 상호의 발음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교육적 관점이 작용한다. 유사한 발음이 가능할 때는 원작자나 원어민 발음을 따라 주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을 기자들이 ‘리-건’이라고 발음하자, Reagan 대통령은 ‘레이건’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레이건’으로 정착한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Toys R Us”발음은 어느 것이 가장 타당할까? 이 말은 본래 ‘Toys Are Us’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의 slogan을 좀더 재미있게 표기한 것이다. ‘장난감은 우리,’ ‘우리에게 장난감을 주세요’의 의미이기 때문에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은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발음은 줄임말 이전의 원어임을 감안하면 쉽게 해결된다.
맨 처음 나왔을 때인 1948년에는 흑백 컬러의 로고였고 글자 모양은 지금처럼 ‘TOYS "R" US!’이었다. 가운데 R은 좌우로 뒤집은 모양으로 표기하는 것이 특징인데 R만 떼어놓고 보면 키릴 문자가 연상된다. 유라시아 언어에서는 yah로 읽기도 한다. 1968년부터 71년까지는 장난감 트럭에 옆으로 크게 써 놓은 로고로, 일곱 개 글자 하나하나를 무지개 색으로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1971~75년까지는 검은 바탕에 글자마다 색을 달리하다가 1975~86년에는 위 같은 표현 방식에 바탕을 흰색으로 바꾸었다. 1986~99년에는 글자를 좀더 키우고 화려한 원색으로 표현하다가 1999~2007년에 흰 바탕에 글자를 키웠다. 특이점이라 하면, R 배경에 별 모양을 넣어 3D 느낌을 냈다는 것이다. 2007년 이후 지금까지는 일곱 글자를 모두 붙여서 표기함과 동시에 R을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운데 둥근 원안에 별 모양을 넣었다. 1986년에는 ‘Kids R Us’를 시도했지만 사업을 접었고 지금은 파생 상품인 ‘Babies R Us,’ 일종의 ‘아가방’상품이 미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고유명사나 상호는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대중적 발음을 따르면 된다. Chanel을 두고 ‘채널’이라고 읽지 않고 적어도 ‘샤넬’이라고 발음하면 될 것이다. Givenchy는 프랑스인이라면 ‘시방쉬’에 가깝게 발음하는 반면 영어권 사람은 ‘지봉쉬’로 발음한다. Bvlgari는 고대 로마 시대의 표기 방식 때문에 혼동을 주지만 발음은 ‘불가리’로 한다. Anna Sui 같은 경우 ‘아나 스위’, Louis Vuiiton은 ‘루이 뷔탄’이라고 발음한다. Hermes를 국내에서는 ‘에르메즈’로 표기하지만 실제 발음은 ‘에어메즈’에 가깝다. 또, 프랑스 도시 Paris의 현지 발음은 ‘빠리’이지만 영어권에서는 ‘패리쓰’라고 부르는 점을 생각하면, 고유명사 발음은 상황에 맞게 하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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