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가 옛 충주읍성 터에 대규모 주차타워를 건립하기로 하자 지역 문화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지역 문화단체들은 “이 참에 충주읍성 복원 운동을 본격화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21일 (사)예성문화연구회 등 충주지역 문화단체에 따르면 충주시는 도심 재생 사업의 하나로 성내동 문화회관 부근에 2층 규모의 주차타워(연면적 3,000㎡)를 건립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세부 계획안을 마련한 뒤 2019년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먹거리골목, 패션거리 등 구도심 상권을 살리기 위해 주차타워가 필요하다”며 “해당 부지는 국비지원금과 시 예산으로 사들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차타워가 들어설 곳이 옛 충주읍성 동문 터라는 것. 지역 문화단체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예성문화연구회와 충주전통문화회는 20일 충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적인 유적을 복원할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공용 주차타워를 짓겠다는 발상을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시를 성토했다.
이들은 “일제가 의병활동 거점이었던 충주읍성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강제로 성을 훼손했다”며 “충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충주시가 읍성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충주에 활력을 불어넣을 도심재생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차타워는 동문 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건립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들 단체는 충주읍성 복원을 범시민 운동으로 벌여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충주시 관계자는 “세부 계획을 마련하기에 앞서 지역 주민과 시민·문화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해 절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주읍성은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낭자성이란 이름으로 처음 쌓은 것으로 전한다. 고려 충렬왕 3년(1277년)에 다시 쌓았다가 고종 6년(1869년)충주목사 조병로에 의해 개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둘레는 약 1㎞, 두께 7.5m, 높이 6m 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충주읍성은 일제강점기 때 사라졌다. 일제가 신시가지 건설을 이유로 헐어버렸고, 지금은 충주목사가 근무하던 동헌과 관아 터만 남아 있다. 충주읍성 남문 터에서는 지난 4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성돌로 추정되는 돌조각 16개가 발견됐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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