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에 메가톤급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황선홍(48) 감독이 FC서울 지휘봉을 잡는다. 기존 사령탑 최용수(45)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긴다.
서울 구단은 21일 오후 늦게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팬들이 ‘만우절 거짓말 아니냐’고 믿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다.
사실 최 감독은 지난해 여름에도 한 차례 장쑤측의 끈질긴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 실제 그 해 7월 초 합의까지 마쳤다. 연봉은 2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최 감독이 결정을 뒤집었다. 당시 최감독은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온다. 순리대로 살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내가 가르치던 선수들이 눈에 밟혀 도저히 못 가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장쑤는 그러나 올 들어 다시 최 감독에게 접촉해왔다.
장쑤는 올 시즌 브라질 대표팀 출신인 조를 비롯해 알렉스 테세이라, 하미레스 등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이적료로만 1,000억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슈퍼리그에서는 3위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그러자 구단은 이달 초 루마니아 출신 명장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최 감독은 장고 끝에 중국행을 굳혔다.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을 택했다. 구단 고위층의 재가도 떨어졌다. 서울 고위 관계자는 “붙잡기 힘든 조건이었다. 작년 여름보다 더 파격적이다”고 했다. 최 감독의 연봉이 300만~500만 달러(35억~57억원)라는 말도 나온다.
최 감독을 보낸 서울은 ‘조용히’ 후임 사령탑 물색에 들어갔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포항에서 물러난 황 감독이 최적의 대안이었다. 황 감독은 현재 유로 2016을 관전하기 위해 프랑스에 가 있다. 전화로 의향을 물어본 뒤 세부적인 계약은 대리인과 진행할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황 감독의 ‘OK’사인이 떨어졌다. 황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년까지 2년 6개월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 지도자로 평가 받는 황선홍, 최용수 두 사람의 운명이 묘하다. 둘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 축구의 대표 스트라이커였다. 때로는 라이벌, 때로는 동료로 최전방을 지켰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치열하게 지략 대결을 펼쳤다.
황 감독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구파다. 다양한 전술변화에 능하고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삼촌 리더십’의 소유자다. 외유내강형이라는 평을 받는다.
최 감독은 즐비한 스타 선수들을 조련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정식 감독 부임 첫 해인 2012년 K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3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며 AFC가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작년에는 팀을 FA컵 정상에 올려놨다. 지난 달 14일 성남전 승리로 K리그 최연소 최단기간 최고승률 1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도자로 만날 때마다 숱한 명승부를 펼쳐온 두 사람은 이번에는 서울의 감독직을 물려주고 이어 받으며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최용수 감독은 22일 안산과의 FA컵 16강을 끝으로 물러난다. 신임 황 감독은 29일 성남과의 클래식 홈 경기부터 서울을 지휘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