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스(Bales)’가 아니라 ‘웨일스(Wales)’였다.
웨일스의 돌풍이 심상찮다.
웨일스는 21일(한국시간) 프랑스 툴루즈 스타드 드 툴루즈에서 열린 유로 2016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를 3-0으로 완파 했다. 2승1패(승점 6)가 된 웨일스는 같은 시간 슬로바키아와 득점 없이 비긴 잉글랜드(1승2무ㆍ승점 5)를 2위로 끌어내리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유로 대회가 1960년 시작한 후 56년 만에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웨일스는 지난 12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슬로바키아를 꺾고 첫 승리를 올린 데 이어 16강까지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1승1무1패(승점 4)의 슬로바키아는 3위로 다른 조 결과에 따라 와일드카드(조 3위 6팀 중 상위 4팀)로 16강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웨일스는 몸값이 1억 유로(1,309억 원)에 달하는 슈퍼스타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의 ‘원 맨 팀’으로 불렸다.
베일은 유로 예선에서 팀이 넣은 11골 중 7골을 책임졌다. 오죽하면 베일의 이름을 따 ‘웨일스가 아니라 베일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베일은 틈만 나면 “웨일스는 원 맨 팀이 아니다. 우리는 다 함께 공격하고 다 함께 수비 한다”며 이런 해석을 경계했다.
러시아와 경기에서 베일의 든든한 동료들이 제 몫을 했다.
전반 11분 첫 득점 장면에서는 중원 사령관 아론 램지(26ㆍ아스널)와 조 앨런(26ㆍ리버풀)의 호흡이 빛났다. 앨런이 넣어준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램지가 마무리했다. 전반 20분 두 번째 골은 행운이 따랐다. 베일의 패스가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웨일스 네일 테일러(27ㆍ스완지시티)의 발 앞에 배달됐다. 테일러가 침착하게 그물을 갈랐다. 후반 12분 램지가 환상적인 킬 패스를 찔러줬고 베일이 왼발 슛으로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베일은 3경기 연속 골로 득점 선두다. 유로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 연속 득점은 유로 2004의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 밀란 바로시(체코) 이후 12년 만이다. 베일은 B조 3경기에서 12개의 유효 슈팅을 때렸는데 유로 1984 미셸 플라티니(프랑스)의 15개 이후 최다 기록이다.
기록으로도 웨일스가 러시아를 압도했음을 알 수 있다.
웨일스는 19개의 슈팅 중 11개가 문전으로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러시아는 13개를 때려 유효슈팅이 고작 2개였다. 볼 점유율(48%대52%), 패스성공률(85%대88%) 등 모든 지표에서 웨일스가 앞섰다. 이 경기 전까지 두 팀의 상대전적에서는 5승3무1패로 러시아의 우위였다. 웨일스가 러시아를 이긴 건 구 소련 시절이던 1965년 월드컵 예선(3-0)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51년 만에 완벽하게 설욕했다. 레오니드 슬러츠키(45) 러시아 감독은 1무2패, 꼴찌로 탈락한 책임을 지고 경기 직후 사퇴했다.
전문가들은 웨일스의 선전이 16강 토너먼트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일스는 16강에서 A,C,D조의 3위 중 한 팀과 만나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이 예상된다. 반면 잉글랜드는 F조 2위와 격돌한다. F조 포르투갈이 2위를 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 16강 최고의 빅 매치가 예상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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