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나오자 “대구는 끝” 울분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결의도
21일 오후3시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 10층 회의실. 당초 예상과 달리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되자 80여 명의 참석자 사이에는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날 오전 밀양신공항의 입지조건이 가덕도공항에 비해 훨씬 앞선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나돌면서 입지선정을 낙관했다. 이들은 만세삼창 등 부산을 자극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자제하자는 여유까지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이거 사기아이가(아닌가).”
발표를 지켜보던 한 시민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면서 “말도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버렸다”, “대구는 끝이다”라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장은 “참담한 심경”이라며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게도 속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남권의 엄청난 항공수요와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국가 제2관문 공항이 필요한데도 불구, 단기 미봉책에 불구한 김해공항 확장은 전혀 수용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이수산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 사무총장의 선창에 따라 “2,000만 남부민의 염원을 짓밟은 박근혜 정부 반대한다” “남부권 신공항을 재추진할 것을 굳게 결의한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이날 정부의 입지선정 발표를 앞두고 내심 선정을 기대했던 경남 밀양 역시 충격에 빠졌다. 밀양시는 이날 오후 4시 박일호 밀양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대한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하며 반발했다. 박 시장은“이번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시가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11만 시민과 함께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도도 이날 영남권 신공항으로 밀양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정반대의 결과를 보고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경남도는 정부 발표에 앞서 밀양 신공항 부지 사진을 언론사에 전송했고, 창원상공회의소는 이날 오전 “신공항이 경남 밀양으로 입지 선정된 것을 지역 상공인과 함께 환영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신공항 후보지 였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백산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상근(77) 송산마을 경로회장은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면 부산, 울산, 대구 등 인접도시 모두가 경제적으로 좋아지는 일인데 정부가 주민을 우롱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반면 김경환(54) 백내마을 이장은 “마을 젊은 층 대다수가 공항을 반대해 왔다”며“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정부결정으로 걱정이 자연스레 해결됐다”고 반겼다.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밀양=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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