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시설물 이전 방안 건의
제주도 실무협의 진행 새 국면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설물에 대한 강제 철거 계획을 놓고 빚어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제주도가 강정마을회가 건의한 시설물 철거 대신 이전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해 결과에 따라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강정마을회의 건의에 대해 “강정마을이 합당한 안을 제시한다면 마을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현재 강정마을회와 실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는 제주해군기지 우회도로 개설공사 사업부지 내에 설치된 망루 등 시설물 철거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태이며, 강정마을회는 해군의 구상권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강정마을회는 지난 20일 이들 시설물을 이전한 뒤 보존해달라고 제주도에 건의했다. 강정마을회측은 “이들 시설물은 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대한 상징적 존재로 함부로 철거할 수 없다고 마을 주민의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철거대상 시설물은 강정마을 내 ‘중덕삼거리’에 있는 사무실용 컨테이너(18㎡) 1동, 파이프 천막 2동(60㎡·9㎡), 망루용 철골조 8m 철탑(9㎡) 등이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2011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주변에 펜스가 설치돼 출입이 막히자 주변 중덕삼거리에 해당 시설물을 설치해 건설반대 운동에 이용해 오고 있다.
원 지사는 또 해군의 강정마을주민 등에 대한 구상권 소송과 관련해서도 “국책사업이었던 천성산 경부고속철도(KTX) 터널 공사 과정에서 지율 스님이 도롱뇽 때문에 100일 동안 단식해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손실이 있었지만 한 푼도 구상권 청구를 안 했다”며 “강정주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또 “강정마을과 해군은 서로의 명분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가닥을 풀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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