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미역국과 함께 생일상에 빠지지 않는 게 케이크인 것 같다. 그런데 케이크를 사러 가면 ‘케잌’이라는 표기가 많이 눈에 띈다. ‘케이크’와 ‘케잌’ 중에 맞는 표기는 무엇일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받침에 쓸 수 있는 글자를 제한해 두고 있다. ‘ㄱ, ㄴ, ㄹ, ㅁ, ㅂ, ㅅ, ㅇ’의 일곱 글자만 받침으로 쓴다. 그 밖에 ‘ㅋ, ㅌ, ㅍ, ㅊ’ 등이나 겹받침은 쓰지 못한다. 따라서 ‘케잌’이나 ‘라켙’, ‘커피숖’은 모두 틀린 표기다. ‘케이크, 라켓, 커피숍’ 등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받침에 대한 이러한 제약은 외래어에만 해당한다. 외래어가 아닌, 순우리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엌, 밭, 무릎, 꽃’ 같은 표기가 모두 가능하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외래어에는 쓰지 않는 받침을 고유어에 사용하는 이유는 이들 받침소리가 모두 발음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꽃’은 그냥 ‘꼳’으로 소리 나지만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만나면 ‘꼬치, 꼬츨’처럼 ‘ㅊ’ 소리가 발음이 된다. 따라서 ‘꼿’이나 ‘꼳’으로 적지 않고 ‘꽃’으로 적는 것이다. 그러나 외래어 단어는 그렇지 않다. ‘커피숍’을 예로 들어보면 ‘커피쇼비, 커피쇼베서’처럼 발음하지, 아무도 ‘커피쇼피, 커피쇼페서’로 발음하지 않는다. 그래서 ‘커피숖’이 아니라 ‘커피숍’으로 적는 것이다.
그렇다면 ‘케익’ 대신 ‘케이크’로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래어 표기에서는 이중모음 뒤에 k, t, p 소리가 나오면 받침으로 적지 않고, ‘크, 트, 프’로 적도록 하고 있다. 즉 ‘케이크’에서 마지막 음절 앞의 모음이 ‘에이’라고 하는 이중모음이기에 ‘케익’이 아니라 ‘케이크’로 적는다. 이것은 ‘브레이크, 마이크, 스테이크’ 등을 ‘브레익, 마익, 스테익’으로 적지 않는 것과 같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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