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을 이루는 지점에 한반도 모양을 닮은 선암마을이 있다. 영월을 찾는 사람들은 먼 산에서 그 지형만 보고 돌아서지만 사실 서강의 비경은 따로 있다. 바로 선암마을을 끼고 휘도는 강나루 풍경이다.
한때 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를 겪은 서강은 비오리 원앙 수달이 뛰놀고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의 보고로 다시 태어났다. 마을 나루터에선 통나무로 엮은 뗏목 모양의‘떼배’가 운치를 더한다.
떼베에는 애환이 어려있다.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벌채된 나무들을 배로 실어 나르던 이들을 ‘떼꾼’이라 불렀는데 벌이가 군수 월급 못지않아 “떼돈 번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물길 따라 서있던 2,000여개의 주막에서 기녀들의 아리랑 가락에 취해 빈털터리가 됐다니 쓴웃음이 나온다.
떼배를 타고,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드는 서강에 오르니 그 옛날 험한 한양 길을 오가던 떼꾼들의 흥얼거림이 생각난다. 계곡 사이사이에서 무사귀환을 빌던 동네 처녀들의 애달픈 아리랑 가락도 함께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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