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채정안은 1995년 한 화장품 브랜드 미인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20여 년 간 모델, 가수, 배우 등 연예계 다양한 직업군에 속해 큰 인기를 누렸다. 모델로 활동할 땐 깨끗한 이미지의 여성용품 광고부터 상큼한 비타민 광고까지 두루 섭렵했고, 가수로서는 '무정' '편지' 등을 발매해 사랑받았다. 배우로서도 최근 종영한 SBS '딴따라'를 포함해 26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남겼다. 채정안은 "신인 시절 라이징스타라고 함께 불렸던 친구들 대부분이 없어졌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남아서 연기를 하고 있으니, 나도 참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다"라며 웃었다.
-18부작 '딴따라'가 끝났다.
"스트레칭 하고 있다가 끝난 기분이다. 나는 한보따리 준비해놨는데 다 못 풀었다. 여민주라는 인물을 연기해서 참 행복했다."
-작품에 열의가 대단했나 보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딴따라라는 단어는 비하하는 느낌으로만 들렸는데 지금은 참 자유로운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하면서 신인시절 생각도 많이 났다. 나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주인공을 하고 음반을 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소신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더라. 후배들이 운이 좋다."
-그 시절은 어땠는데.
"연기 시작할 때를 돌아보면 정말 기계처럼 일했던 것 같다. 호통 치는 감독님이 너무 무섭기만 해서 촬영장 가는 게 두려웠다. 지금은 감독님, 작가님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나."
-그때의 채정안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철딱서니 없었다. 광고 촬영보다 친구와 스티커사진 찍는 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드라마 찍을 때도 막내 스태프 눈치까지 살피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무슨 촬영을 했겠나. 솔직히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몰입이라는 걸 알게 됐다."
-'딴따라' 촬영장은 좋았나.
"다들 착하다. 특히 지성이 정말 후배들을 잘 이끌더라. 지성처럼 후배를 서포트해주는 선배가 드물다. 반면 지성이 돌직구가 필요한 순간엔 그런 걸 잘 못해서 또 아쉬웠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도 없으니 내버려뒀다(웃음). 어렸을 땐 그런 선배들이 '꼰대'처럼 느껴졌는데 나이가 드니 돌직구나 호통이 필요한 순간이 있더라."
-지성과 촬영할 땐 한결 마음이 편했겠다.
"오히려 지성이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 놀랐다. 언젠가 어린 친구들과 촬영 끝내고 돌아와서 나랑 붙는 신을 찍는데, '아 이제 한시름 놨어'라는 말을 하더라. 지성 어깨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상대로 지성 같은 남자는 어떤가.
"너무 착하다. 아빠 지성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 사랑이 넘친다. 아이가 잘못을 해도 마음이 여려 단호하게는 못할 것 같다. 나도 비슷한 성격이라 똑똑한 남자면 좋겠다. 사실 남자 없어도 된다. 요즘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보면서 느끼는 건데 좋은 남자 없어도 나문희, 김혜자 선생님 관계처럼 돈독한 친구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마흔이 되어가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일들이 참 귀찮아지더라. 내 인생이 혼란스럽다. 하하."
/-극중에선 연하남 이태선과 러브라인도 형성했는데.
"근무 환경이 좋았다. 이태선이라는 친구는 좋은 기운을 옆으로 전달해주는 에너지가 있다. 함께 연기하면서 리프레시하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후배가 고백하면 잘 타이를 거다. 누나 늙었다."
-실제 연애스타일은 어떤가.
"나쁜 여자에 가깝다. 과거 사귄 남자친구가 '경비아저씨만큼이라도 나에게 잘해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오지랖은 넓어서 여기저기 잘 챙기는데, 정작 내 식구들한텐 참 못한다."
-여자사람친구로 두면 참 좋겠다. 그런 면에서 여민주랑 비슷하다.
"작가님이 캐릭터에 내 모습을 잘 반영해 주신 것 같다. 오지랖 넓어서 남들 하소연 잘 들어주는 게 특히 닮았다. 후배들이 종종 나한테 전화로 하소연한다. 나는 하소연을 하는 성격은 아니고 그냥 내 감정을 스스로 속이고 사는 편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고, 일단 내 주변엔 나처럼 다 이혼한 사람이 많다."
-이혼이야기를 먼저 꺼낼 줄은 몰랐는데.
"뭐 어떠냐. 다 아는 이야기인데. 언제 적 신비주의인가. 하하하. 감춰야 할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미 예능 '썸남썸녀'에서 내가 먼저 말한 이야기들이다."
-대중들에게 구 여친 캐릭터로만 각인돼 속상하진 않나.
"사실 역할은 역할이라고 하지만 촬영하면서 재미없을 때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딴따라'는 나에게 색다른 도전이었다. 꾸준히 해왔던 것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계속해서 도전했다. 남들보다 빨리 가려는 마음보다 작은 걸음으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던데.
"여민주 캐릭터가 참 사랑받기 좋은 인물이다. 키다리 언니 느낌으로 다가가니까 항상 밝은 에너지를 전달해 줘야 하지 않나. 나도 그래서 촬영장에서 슬플 일이 없었다. 친해지고 싶은 언니 느낌으로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차기작이 정말 기대된다.
"'딴따라'에서 못다 쓴 에너지를 다 쏟아 부을 만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 케이블 드라마도 너무 하고 싶고 영화도 좋다. OST도 부르고 싶다."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나.
"사랑받고 싶다. 이러다가 애정결핍 걸릴 것 같다. 여민주라는 캐릭터도 지성 빼고 다 가졌지 않나. 역할이지만 자존심 상한다(웃음). 절절한 멜로하면서 사랑받고 싶다."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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