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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상상력의 양날

입력
2016.06.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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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일찍이 상상력이 있는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만이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고, 한 차원 높은 내면의 소유자라는 뜻. 다른 사람이 웃을 때 백치처럼 있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슬픔 앞에서 조금도 감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인간에게만 있다는 상상력은 위험하기도 한 것이다. 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상상하고, 상상한 바에 따라 의심 없이 상대방을 대하기도 하니…. 우연히 알게 된 한 사람을 통해 나 역시 위험한 상상력의 소유자임을 여러 번 느꼈다. 그는 자신이 허름한 우리 동네에서 살 사람이 아님을 늘 암시하고 있었다. 그가 굳이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그는 때때로 군계일학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나는 그가 공동화단에다 패대기 치듯이 버린 쓰레기를 보았고, 다른 사람에게 한 약속을 스스럼없이 어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로 인해 그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상상했고, 그 생각은 좀체 변하지 않았다. 잘 출발했을 그의 삶이 쌩쌩 달리기는커녕 이곳에서 멈춰버린 것도 그런 성품 때문이라고 믿었다. 나는 상상하다 못해 확신했다. 그는 살면서 자주 신뢰를 잃었고, 성가신 일이 생기면 순간의 편리를 위해 다른 얼굴을 보였을 거라고. 이처럼 인간의 상상력이란 위험한 것이니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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