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오세훈 4년 중임제 주장, 친박은 "반기문 염두" 이원집정부제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야권은 책임총리ㆍ지방자치 등 분권에 초점
대선주자 중심 개헌 논의 한계 “아직은 시기상조” 지적도
정치권을 떠도는 미풍이었던 개헌론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돌풍으로 확산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개헌론에 불을 붙인 이래 야권에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대선 전 개헌”)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지금이 개헌 논의 적기”)가 바람을 넣고 있다. 하지만 대선 잠룡들은 아직 개헌 열기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개헌의 범위나 방법을 두고 그동안 단편적인 생각은 밝혀오긴 했지만 ‘집권 청사진’으로 제시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언제가 적기인지를 두고 정치 셈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여야를 통틀어 차기 주자들 중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에선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논의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다만 여권 주자들과 차이는 ‘분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국무위원 인사권을 총리에게 넘기는 책임총리제를 제안했고, 박 시장은 권력구조뿐 아니라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개헌의 핵심은 자치 분권”이라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원집정부제는 강력한 유력 주자가 없는 여권에서 주로 거론된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4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헌법학자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진박’ 정종섭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직선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를 담당하고 다수당 출신의 총리가 내치를 맡는 이원집정부제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비박계나 야권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주자로 염두에 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임기 후반기 박 대통령이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개헌론을 직접 제기해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개헌 시동의 두 축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임을 상기할 때 아직은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과거에도 대통령이 임기 후반 개헌론을 들고 나와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며 “대선주자들 중심으로 권력구조나 정부형태에만 국한돼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개헌의 동력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주요 차기 주자들이 개헌 시기에 대해 합의한 뒤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야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입장 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부겸 더민주 의원이 “내년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당선자는 임기 내에 지키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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