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롯데ㆍ한진해운 등 직접 거론하며 2,3세 경영권 편법세습에도 일침
“그 동안 성장 집중… 분배 고민을”
정규직 양보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 , “중향 평준화” 사회 대타협 제안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일부 대기업이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어종 ‘배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 동안 새누리당은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파이’를 나누는 분배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며 “이제는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분배의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보수 여당의 원내대표가 재벌 비판과 함께, 분배론을 언급한 것은 전례가 드문 파격 발언이다. 그는 서울지하철 구의역 사고로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정규직이 우선 양보하는 ‘중향 평준화’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일부 대기업으로의 부의 집중과 불공정한 갑을 관계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재벌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어 “탈법, 편법적인 부의 세습,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불법적 부의 증식,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는 반드시 규제돼야 할 대기업의 비정상 행태”라고 비판했다.
재벌들의 최대 현안인 경영권 상속 문제도 거론했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3세들이 편법 상속,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롯데그룹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 한진해운의 경영권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90을 넘긴 아버지와 두 아들이 경영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싸우고 있다”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타계한 두 대기업의 총수의 부인들이 관리했다. 전문경영인이 맡지 못할 무슨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수 일가가 서로 기업을 나눠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관행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머리 좋고 성실한 엘리트들이 20년, 30년 걸려 올라가는 임원 자리를 재벌가의 30대 자녀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것은 정의롭지 않은 일이다“며 “독과점 규제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방만한 가족경영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의 문제로 부각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지목, 정규직의 양보를 받아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중향 평준화’를 제안했다. 그는 “하위 90%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10%처럼 대우해주자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며 “상층 노동자들이 기득권을 비정규직에게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재벌개혁 등에 대해 긍정 평가했으나 전체적으로 진단은 있으나 대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21일에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 22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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