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16일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었다. 연 1,0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중국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고 상하이 국내총생산(GDP)을 0.8%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등의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는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설명이 친절하게 곁들여지더니 중국 관광객이 한국 대신 상하이를 찾을 것이므로 한국 관광 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와, 한국이 규제가 심해 테마파크 유치에 실패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해진 공식처럼 결국에는 또 규제 이야기다.
▦ 상하이 디즈니랜드 때문에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달 여의 시범운영기간 동안 6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들른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디즈니랜드의 유무가 여행지 선택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주장도 많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일본 도쿄를 방문한 뒤 그곳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들를 수는 있어도, 디즈니랜드가 있기 때문에 두 도시를 여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디즈니랜드는 해외 진출 시 설계, 운영기술, 콘텐츠는 제공해도 자기 돈은 최대한 적게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서울시가 과천 서울대공원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려 했을 때 디즈니랜드 측이 부지 무상 제공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곳은 그린벨트인 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디즈니랜드가 원하는 대로 해주려면 땅을 공짜로 내주고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디즈니랜드의 해외 진출 전략이 으레 그렇다 해도, 엄청난 특혜인 것은 분명하다.
▦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성수기 성인 입장료가 8만8,000원이다. 3인 가족이 하루를 보내는데 46만3,000원이 든다고 한다. 디즈니랜드를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라며 불편해하는 여론도 많다. 한국 역시 디즈니랜드 등의 유치를 추진해왔지만 지지부진하다. 이번에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개장을 보고 한국은 규제가 심해 유치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특혜 논란과 그린벨트 훼손 등 심각한 문제인데도, 대통령이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외쳐서인지 너나 없이 규제만 없으면 일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 박광희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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