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론자 포스터 난민 증오 논란
오스본 장관 “나치 같은 선전” 비난
前 런던시장 등은 “탈퇴 호소” 대조
투표 공약으로 당선된 캐머런에
“당 혼란 부채질” 비판 나와
23일 EU 잔류ㆍ탈퇴를 묻는 영국 국민투표를 앞두고 보수당이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특히 탈퇴론자들이 내세운 포스터가 난민 증오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는 등 친기업 성향의 EU 우호론자들과 민족주의 전통을 고수하는 EU 회의론자들간 갈등이 당내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U 탈퇴파의 중심 인사로 분류됐던 무슬림 출신의 사예다 와르시 전 보수당 의장은 19일(현지시간) “한 장의 포스터는 내가 탈퇴를 지지할 수 없는 ‘한계점’이 됐다”며 그간의 입장을 철회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문제의 포스터에는 대표적인 브렉시트 지지자인 나이절 패라지 독립당 대표가 유럽 입성을 위해 줄지어 선 난민 수백 명을 배경으로 서 있고 ‘한계점’(Breaking point)라고 쓰여 있는데, 이번 국민 투표가 외국인 이민자를 막을 기회라는 듯이 선전한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당장 잔류파인 조지 오스본 재무 장관은 “인종주의와 증오를 부추기는 나치와도 같은 선전”이라며 맹비난했다.
2015년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공약으로 내걸며 연임에 성공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이날 BBC 방송 인터뷰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이들이 거짓 정보로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연일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특히 ▦터키가 조만간 EU에 가입한다거나 ▦영국이 유럽연합군에 가입한다는 주장 ▦영국이 EU 예산에 대한 국가별 기여금으로 3억 5,000만 파운드(약 6,000억 원)을 지불했다는 주장 등을 ‘3대 거짓말’로 거론하며 국민 오해를 푸는데 안간힘을 쏟았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나치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처칠’에 비유하며 “브렉시트는 편도 승차권이어서 한번 탈퇴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을 필두로 마이클 고브 법무 장관 등 일부 내각 등은 국민들에게 EU 탈퇴를 호소하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이날 열린 ‘탈퇴에 투표를’ 집회에서 “경제적으로 합당하고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캐머런의 ‘헛발질’이 보수당의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EU 잔류 입장을 고수했던 캐머런 총리는 2013년 영국 내에서 EU 탈퇴 여론이 거세지자 EU 협약을 영국에 유리하게 개정함으로써 이런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2015년 공약으로 내걸었던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EU가 협약 개정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브렉시트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장으로, EU를 압박한 회심의 카드이자 배수진이었다. 그러나 EU를 비롯한 전 세계 여론은 협약 개정에 완강히 반대했고 국민 투표는 결국 캐머런 총리에게 부메랑이 돼 울며 겨자 먹는 격으로 투표를 치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까지 EU 탈퇴에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 등 경제학상 수상자 10명은 19일 일간 가디언에 연명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들과의 미래 무역 여건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부정적 효과는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따라서 영국은 EU에 잔류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명백히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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