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자’ 더스틴 존슨(32ㆍ미국)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매끄럽지 못한 대회 운영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존슨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ㆍ7,219야드)에서 열린 미국골프협회(USGA) 주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69타를 작성했다. 최종 합계 4언더파 276타가 된 존슨은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였던 셰인 라우리(29ㆍ아일랜드) 등이 포진한 2위권을 3타 차를 따돌리고 US오픈 9번째 도전 만에 정상을 정복했다.
대회 전 도박사들이 우승 후보 톱5에 꾸준히 거론할 만큼 존슨은 준비된 선수였다. 이전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9승을 거뒀고,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었지만 11차례 톱10에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벌타 논란이 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우승이 되지는 못했다. 문제는 존슨의 5번홀(파4)이었다. 파 퍼트를 위해 그린에서 두 차례 연습 스윙을 하고 퍼터를 공 뒤에 놓는 과정에서 공이 살짝 움직인 것이다. 존슨은 “어드레스를 취하기 전에 볼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신고했고 경기위원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비디오 판독 결과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12번홀(파5)에 들어선 존슨에게 추후 벌타 가능성을 언급했다. 결국 존슨은 5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가 벌타를 받고 4언더파로 최종 수정을 당했다. 2위 그룹이 1언더파였기 때문에 벌타에 상관없이 여유 있는 우승을 했지만 경기 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동료 선수들은 그를 대신해 강도 높게 논란을 제기했다.
주로 USGA의 운영 미숙을 지적하고 있다. 벌타 부과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물론 라운드 중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벌타 부과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 옳았느냐에 대한 성토다. 조던 스피스(23ㆍ미국)는 트위터에 “솔직하게 존슨이 공의 움직임을 유발했다고 보기 힘들다. 이거 장난이지?”라고 USGA 측을 꼬집었고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는 “우스꽝스럽다. 존슨은 벌타를 받을 이유가 없었을뿐더러 한창 집중하는 선수의 머리 속에 어떻게 그런 헛소리를 집어넣느냐”고 반발했다. 어니 엘스(47ㆍ남아공)는 “명백하게 충격적이다”고 적었다. BBC 스포츠도 “조롱거리가 된 마무리에 둘러싸인 존슨의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이라고 촌평했다.
존슨은 이런 정신적 압박을 견뎌내고 마침내 메이저대회 우승자로 우뚝 섰다. 330야드(약 302m)를 시원하게 날리는 장타자로 유명한 그는 키 193cm의 거구다. 한때 금지약물 복용설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이를 씻듯 의심할 여지없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최대 난코스를 극복하며 US오픈을 제패했다. 우승 순간 그의 옆에는 평소 자신이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몇 배는 더 값지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약혼녀 폴리나 그레츠키(28)가 미소 짓고 있었다. 폴리나 그레츠키는 아이스하키 전설 웨인 그레츠키(45ㆍ캐나다)의 딸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한국계 선수로는 1오버파 281타를 친 케빈 나(33ㆍ미국)가 단독 7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역 예선을 뚫고 입성한 강성훈(29ㆍ신한금융그룹)은 마지막 날 4타를 잃으며 6오버파 286타로 공동 18위에 만족했다. 안병훈(25ㆍCJ그룹)도 공동 23위(7오버파 287타)로 선전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9ㆍ호주)는 뒷심 부족으로 공동 8위(2오버파 282타)에 그쳤고 디펜딩 챔피언 스피스는 합계 9오버파의 난조로 공동 37위에 그쳤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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