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끝내 리우행 티켓을 따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패배 속에서도 밝은 미래가 피어 올랐다.
여자 농구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 5위 결정전에서 벨라루스에 39-56으로 패했다. 이날 승리를 거둬야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나설 수 있던 우리나라는 결국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시작부터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시즌 뒤 이미선과 변연하, 신정자 등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했다. 대표팀도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리며 세대 교체에 들어갔지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 6일 동안 5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12개국 중 6위에 오르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패배 속에서도 진한 희망이 싹텄다. 여고생 대형 센터 박지수(18ㆍ분당 경영고ㆍ195cm)는 대표팀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농구 센터 출신 아버지 박상관씨와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 이수경씨로부터 운동 DNA를 물려받은 박지수는 일찌감치 유망주로 눈길을 모았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통해 위성우 대표팀 감독의 조련이 더해졌다. 위 감독은 “박지수가 코트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나다”며 “영리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다. 감독 입장에서 뭔가를 이야기했을 때 캐치가 빠르다. 자존심도 세고, 나이에 못지 않게 어른스럽다”고 평가했다.
위 감독의 기대대로 박지수는 이번 대회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 무대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알렸다. 큰 키에 스피드와 유연성을 고루 갖춘 박지수는 빼어난 골밑 장악력을 선보였다. 5경기에서 평균 7점에 10.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옐레나 리우찬카(벨라루스)와 함께 리바운드 부문 전체 공동 1위에 올랐다. 블록슛은 1.6개로 3위였고, 지난 15일 벨라루스와 예선전에서는 13점ㆍ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며 경험까지 쌓은 여고생 센터의 잠재력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박지수가 중심이 될 한국 여자농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이유다. 위 감독은 “박지수가 조금 더 성장하면 한국 여자농구는 내외곽에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벨라루스에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끝내 눈물을 쏟은 박지수는 “탈락했지만 얻어가는 것이 많다. 한국에 돌아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체력적인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공격적인 부분도 더 연습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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