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1000통 써가며 ML 스태프 도전
미네소타 거쳐 지난해 뉴욕 메츠 입사
“한국 관중 늘어나니 더 보람 있어”
미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 소속 피츠버그 파리어리츠와 뉴욕 메츠의 3연전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한국시간).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에서 경기 시작 전 ‘아시안 나이트’라는 한인 초청 행사가 열렸다.
구단이 마케팅에 도움을 준 뉴욕 한인회원들을 초청해 시상하는 이 행사는 현지 한인 사회와 접촉을 넓히기 위해 기획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인물은 뉴욕 메츠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 최영헌(27)씨다. 최씨는 젊은 나이지만 구단 운영의 주요 전력이다. 그는 날로 늘어나는 아시아 관객들을 상대로 입장권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담당한다.
현재 뉴욕 메츠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조차 단 한 명도 없지만 최씨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올해 두드러진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행진’과 무관하지 않다. 최씨는 “이번 3연전처럼 한국 선수가 원정 경기를 왔을 때 워낙 한국 관중들이 많이 와 이를 겨냥한 마케팅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늘면서 한국인 스태프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3연전만 해도 최씨를 포함해 피츠버그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홍현(36)씨, 강정호 통역을 맡은 김휘경(28)씨 등 3명의 한국인 스태프가 나왔다.
이렇게 한국인 스태프가 늘면서 구단과 하는 일에 상관없이 한국인 스태프들만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LA 다저스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한국계 직원 마틴 김(37)의 사례가 큰 힘이 됐다”며 “메이저리그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스태프들과 정보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가 메이저리그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그가 다니던 미네소타 대학 내 스포츠단에서 쌓은 마케팅 경험을 발판 삼아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사했고 지난해 뉴욕 메츠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것이 조금 좋은 조건이었다”며 “하지만 입사할 때까지 1,000통이 넘는 이력서를 쓰며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메이저리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취업이 힘들지만 외국인이라고 기회를 덜 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며 “구단 구인 정보를 계속 살펴보며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계속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최씨의 바람은 한국인 선수의 뉴욕 메츠 입단이다. 그는 “미네소타 구단을 나온 직후 박병호 선수가 입단해 아쉬웠다”며 “메츠에 한국 선수가 오면 마케팅에 탄력이 많이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글·사진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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