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하는 방식의 ‘중향 평준화’를 노동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하위 90%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10%처럼 대우해주자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크고, 이 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진다는 것”이라며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정규직 평균 월급은 319만원, 비정규직은 137만원”이라고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아 자동차 공장의 본사 정규직 노동자는 연봉 1억원, 같은 공장에 근무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는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며 “1차 협력사의 사내하청, 2차 협력사로 내려가면 노동자의 연봉이 대략 2,500만원 정도 된다. 본사 정규직 노동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메트로, 대우조선해양부터 일자리 생태계 지도를 만들어 노동대책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이번 구의역 사고를 낸 서울메트로, 막대한 규모의 구조조정 자금이 투입되는 대우조선해양부터 일자리 생태계 조사를 할 것”이라며 “서울메트로는 얼마를 벌어서 어디다 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무슨 일을 하고, 얼마를 가져갔는지 상세한 파악이 필요하다. 먼저 이 지도가 그려져야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정규직 노동자의 몫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상층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대폭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며 “노동개혁 4법을 저지하는 귀족노조와 정치권이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과 노동인권을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경제생태계를 위해 대기업의 불법, 탈법적인 경영권 세습 등 비정상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구십을 넘긴 아버지와 두 아들이 경영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싸우고 있다”며 롯데를 직접 겨냥하고 “세계적인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타계한 두 대기업의 총수의 부인들이 관리했다. 전문경영인이 맡지 못할 무슨 이유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단지 친족이라고 직접 경영권 행사에 참여하기에는 우리 기업이 너무 커졌다”며 “총수 일가가 서로 기업을 나누어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불공정한 관행이 발생하는 것이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 3세들이 편법 상속,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그는 “복지의 구조개혁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복지 정책이 원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근본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현장에서 지역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역 분들을 설득하고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헌논의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생산성 없는 국회’란 오명을 들어서는 안된다”며 “일반 국민의 삶과 관계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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