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단독] “남상태 비자금, 금고지기는 이창하” 정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남상태 비자금, 금고지기는 이창하” 정황

입력
2016.06.20 04:40
0 0

“南 전 대우조선 사장 최측근 행세

계열사 전무 맡아 전권 행사”

이씨가 대주주인 디에스온

대우조선과 5년간 수천억 거래

남 전 사장에 거액 흘러간 듯

檢, 이번 주에 이씨 재소환

대우조선해양 본사.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우조선해양 본사.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대학 동창 정모(65ㆍ구속)씨뿐 아니라 계열사 전무를 지낸 유명 건축가 이창하(60)씨한테서도 거액의 비자금을 상납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이번 주중 이씨를 불러 조사한 뒤, 그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이씨가 남 전 사장의 금고지기’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씨를 이번 주 안에 재소환키로 했다. 앞서 검찰은 대우조선 압수수색을 벌인 지난 8일, 이씨의 자택 등도 함께 압수수색하면서 그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참여한 대우조선 사업에 대해 대략적인 조사만 한 뒤 돌려보냈으나, 이번에는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우조선 감사위원회가 낸 진정서와 자체인지한 첩보 등을 분석해 온 검찰은 이씨가 남 전 사장의 비자금 관리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06년 2월 대우조선 사장 내정 직후, 이씨 소유의 장유종합건설을 64억원에 인수합병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출범시켰다. 이어 이씨에게 지분 12%를 배정해 줬고, 같은 해 4월에는 관리총괄 전무로 영입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토록 했다. 검찰은 “이씨는 남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행세했고, 그냥 전무가 아니라 중요 의사결정을 모두 내리는 위치였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

유명 건축가 이창하씨.
유명 건축가 이창하씨.

이씨가 비자금을 마련한 통로로는 2007년 4월 설립된 대우조선건설의 계열사 디에스온이 지목되고 있다. 애초 디에스온의 지분구조는 이씨가 51%, 대우조선건설이 49%였으나, 이듬해 유상증자를 거쳐 이씨의 지분율이 67.55%로 높아졌다. 사실상 개인회사나 마찬가지가 됐지만 대부분의 매출은 대우조선과 그 계열사들에서 나왔다. 2008~2012년 디에스온의 총 매출은 2,524억원(연 380억~712억원)이었는데, 이 중 대우조선 측과의 거래는 95%인 2,407억원(연 383억~700억원)에 달한다.

가장 의심스런 사업으로는 먼저 2007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빌딩 매입이 꼽힌다. 당시 대우조선은 사원 숙소 등을 위한 복합건물을 지으면서 대우조선건설에 직접 도급을 주는 대신, 디에스온을 설립해 시행사로 선정했다. 사업비(385억원)는 대우조선과 시공사인 대우조선건설의 자금으로 조달됐고, 디에스온은 건물 완공 후 464억원을 받고 대우조선에 되팔아 79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게다가 대우조선은 200억원 이상 시설투자의 경우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내부 규정을 피하고자 ‘분할매매’라는 편법도 썼다. 해당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지 않고, 4건의 계약(매입가 27억5,000만원~187억5,000만원)으로 쪼개서 사들인 것이다.

이씨와 디에스온이 참여한 ‘오만 두큼 신도시 프로젝트’도 의혹투성이다. 남 전 사장은 2005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을 이씨에게 맡도록 했고, 그는 오만 현지법인 고문이 돼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특별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2014년 사업에서 손을 뗐다. 특히 2010년 디에스온이 수의계약을 맺고 주도한 선상호텔 사업은 3,778만달러(약 400억원)의 손해만 남겨 대표적인 부실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69억 횡령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씨에게 대우조선이 계속 이 사업을 맡긴 것도 의문이다.

검찰은 두 사업과 관련, 대우조선에서 빠져나간 수백억원 중 상당액이 남 전 사장 측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좇고 있다. 디에스온은 남 전 사장 퇴임(2012년 3월) 후 대우조선과의 거래량이 대폭 줄었고, 이듬해 10월에는 계열분리돼 남남이 됐다. 현재 대표이사는 이씨의 첫째 딸(36)이 맡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