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건의 브렉시트 찬반 조사서
반대가 3~7%P 차로 앞서
베팅업체들도 ‘잔류’쪽 무게
콕스 살해범 법정서 “내 이름은
반역자에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던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 피살(16일) 이후 영국 내 여론이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탈퇴) 반대’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영 언론들에 따르면 콕스 의원 사망 이후 시행된 3건의 브렉시트 찬반 여론조사에서 빠짐없이 영국의 EU잔류를 원하는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여론 조사업체 서베이션이 17, 18일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 결과, EU 잔류를 지지하는 응답이 45%로 EU 탈퇴 응답(42%)을 3%포인트 앞섰다. 콕스 의원 피살 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로, 사망 전날인 15일 여론조사에서는 EU 탈퇴 의견이 3%포인트 앞선 바있다. 유고브가 16, 17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EU 잔류(44%)여론이 탈퇴(43%)여론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13일 발표한 유고브 조사에선 역시 탈퇴 의견이 7%포인트나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콕스 의원 사망이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국민의 여론 분위기를 크게 흔들어놓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영국 주간지 선데이미러의 여론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선데이미러는 15, 16일 2,04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이 중 192명은 콕스 의원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16일 오후 2시 이후 설문에 응했다. 피살 사건 이전ㆍ이후 조사를 비교한 결과 EU 탈퇴를 지지한 응답자는 피격 사건 이전 45%에서 사건 이후 38%로 급락했고, 반대로 EU 잔류를 지지한 응답자는 35%에서 45%로 급상승했다. 다만 선데이미러 조사 결과 전체를 봤을 때 브렉시트 찬성 응답자가 44%로, 반대 의견(28%)을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등 관련 정보를 종합 분석하는 베팅업체들도 여전히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베팅 정보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브렉시트 종목을 개설한 베팅업체 20곳이 모두 잔류보다 탈퇴에 높은 배당률을 제시했다. 배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내다봤다.
이처럼 ‘영국의 EU 잔류’로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역시 콕스 의원 피살 사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선데이미러는 “콕스 의원 사망 이후 유권자들의 표심이 EU 잔류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번 사건이 투표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23일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앞두고 이달 초 EU 탈퇴 쪽으로 표심이 뚜렷하게 기울었지만, 막판 변수가 생기면서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9~10% 정도로 예측되는 부동층에서도 테러 사건을 계기로 ‘현상 유지’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콕스 의원 사망보다는 브렉시트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영국민들의 우려가 표면화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유력 매체들도 각자 분석에 따라 찬반 의견을 내놓으면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일요일판 ‘메일 온 선데이’를 통해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 지지했다.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더타임스에 이어 3번째다. 반면, 선데이타임스는 독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콕스 의원을 살해한 용의자 토머스 메이어(52)는 이날 법정에 출두해 자신의 이름을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밝혔다. 메이어는 살인 동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경찰은 백인 우월론을 주장하는 신나치주의 단체와의 연관성과 정신 병력 여부 등을 집중조사 중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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