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 장소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1980년 5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제11공수특전여단이 참여하는 6·25 기념 시가행진을 계획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19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광주지방보훈청은 육군31보병사단과 광주시 공동 주관으로 오는 25일 오전 9시20분 광주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6·25 66주년 기념식을 연다. 기념식에는 참전 유공자, 시민, 학생, 군인과 경찰 등 1,000여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기념식 후 광주공원에서 옛 전남도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1.4㎞를 행진하기로 했다.
광주보훈청은 시가행진에 육군 31사단 소속 장병 150명과 제11공수특전여단 요원 50명 등 군인 200명이 참여한다는 계획이 포함된 공문을 최근 관련 기관에 보냈다. 11공수여단은 80년 5·18 당시 7공수여단과 계엄군으로 투입돼 전남도청 앞 금남로 집단 발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주남마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 338개 단체가 참여하는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11공수의 금남로 행진 중지를 결의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가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보훈처가 6·25 기념행사를 명분 삼아 5·18을 조롱하려 한다”며 “민주의 거리에 군홧발이 들어오는 것은 광주 시민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광주의 아픔과 상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계획이다. 보훈처 스스로 광주의 거룩한 정신을 모욕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추진되는 행사여서 문제될 게 없다'던 광주보훈청은 11공수특전여단의 행진 참여를 취소했다. 보훈청 관계자는 “11공수특전여단의 퍼레이드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며 “행진 경로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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