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ㆍVR로 단장한 모텔,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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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ㆍVR로 단장한 모텔,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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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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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예약 앱 여기어때 심명섭 대표 인터뷰

2014년 직원 4명으로 출발한 숙박 예약 스타트업 ‘여기어때’를 운영 중인 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가산동 여기어때 사무실을 가득 메운 150여명의 직원들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어둑한 골목길에 줄지어 선 건물들에는 ‘모텔’이란 간판만 덜렁 달려있었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 때문에 두리번거리다 아무 입구로 휙 들어갔다. 가격이 적혀있는 안내판은 찾을 수 없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걸 그때 느꼈다. 안내 직원은 ‘온돌방, 침대방 중 어떤 방을 찾느냐’고 물어봤다. 입구를 들어오기 전까지 ‘모텔이란 간판 외에는 어떤 정보도 알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여기어때’로 숙박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스타트업 ‘위드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심명섭(39) 대표가 기억하는 모텔에 대한 첫 경험이다. 10여년이 지난 뒤 심 대표는 2014년 4월 모텔에 가지 않고도 전국 모텔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여기어때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놨다. 2년 만에 이 서비스는 숙박 앱 시장 순 이용자 수 1위로 올라섰다.

심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프로그래머다. 2004년 제휴마케팅 서비스로 첫 창업에 도전했고 이후 웹하드 사업 등 줄곧 PC기반 사업에 매진해 왔다. 그러다 산업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모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직원 3명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모텔 정보를 탐색하고 예약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직원 150명까지 덩치를 키운 여기어때는 모텔뿐 아니라 호텔, 게스트하우스, 공유형 민박까지 뻗치는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거듭나기 위해 잰걸음 중이다.

심 대표는 “모텔 시장은 잠재력과 매출 규모가 큰데도 모바일 마케팅 수단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모텔을 O2O 수익모델로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전국 모텔 수는 약 3만개, 객실은 100만실에 달한다. 연 매출 규모는 14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는 “방 40개 수준의 모텔 월평균 매출이 8,000만원을 넘는다”며 “시장 잠재력은 큰데 모바일 시장으로 들어와 있는 모텔은 10%도 채 안됐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보다 훨씬 앞선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야놀자’에 2014년 당시 입점한 모텔은 2,500곳에 불과했다. 잠재력을 보고 뛰어든 여기어때는 지난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3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이달 말 2차 투자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심 대표는 뒤늦은 출발에도 선도 업체로 성장한 비결로 브랜드 구축 전략과 서비스 운영 역량, 마케팅을 꼽았다. 프로그래머 출신답게 여기어때 앱은 2주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제휴마케팅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마케팅도 적극 펴고 있다. 여기어때 앱 곳곳에 등장하는 킹콩 캐릭터 ‘콩이’로는 긍정적인 브랜드 구축 효과를 보고 있다. 심 대표는 “어떻게 하면 모텔을 부끄럽지 않은 곳으로 만들지 고민하다가 건물을 타고 올라가던 영화 킹콩에서 영감을 받아 콩이를 만들었고 젊은층에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적극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업데이트로는 ‘타임세일’ 기능을 도입, 공실이 있는 모텔 업주가 단기적으로 할인해 주는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어때의 성장과 함께 ‘러브호텔’ 등 부정적 이미지 탓에 음지에 머무르던 모텔도 진화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모텔 인식 개선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플랫폼마다 천차만별인 모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가 보장제를 실시하고, 예약 당일 취소라도 입실 3시간 전이라면 100% 환불해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실제 머무른 고객만 이용 후기를 남기는 ‘리얼리뷰’, 현금과 카드 모두 동일한 할인가를 보장하는 ‘회원가 보장제’ 역시 인식 개선 프로젝트 아래 탄생했다. 심 대표는 “모텔엔 없던 예약이 생기고 가격도 투명해지면서 모텔도 호텔 못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여기어때 창업 전 택시 호출 앱, 대리운전 앱 개발도 검토했지만 모텔 시장이야말로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주변인들에게도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의 접목을 시도할 예정이다. 심 대표는 “8월 문을 여는 오프라인 여기어때 1호 숙박업소에 IoT 기술을 접목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숙박 시설을 추천해 주는 AI 기반 시스템도 마련할 것”이라며 “사진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숙박시설의 공간감을 VR 콘텐츠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지 않은 모텔 관행을 바꾸느라 업주들을 설득할 때마다 애를 먹긴 하지만 앞으로도 숙박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이르면 2018년, 늦어도 2019년에는 기업공개(IPO)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숙박 예약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 중인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2일 서울 가산동 여기어때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2016년 목표를 소개하는 사진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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