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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천년 세월 이어온 뒤태

입력
2016.06.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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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월악산 자락의 ‘사자빈신사지석탑’은 원래 9층 탑이었으나 현재는 5층만 남았다. 고려 현종 13년(1022년)에 세워진 이 탑은 상층기단에 4마리의 사자가 탑신을 떠받치고 그 안에 불상을 모셨는데 특이하게도 두건을 쓰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왼손 집게손가락을 오른손 주먹으로 감싼 모습은 영락없는 비로자나불이다.

이 불상은 얼굴보다 어깨에서부터 흘러내린 주름을 정교하게 조각한 매무새에 더욱 눈길이 간다. 특히 눈여겨보지 않은 뒷부분까지 신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건을 묶은 나비매듭의 모양과 곡선은 실물보다 아름답다. 같은 눈높이에서는 보이지도 않지만, 머리 위를 장식한 연꽃 문양의 우아함도 빠지지 않는다. 남들이 보든 말든 정성을 다한 석공의 땀방울이 느껴지는 듯하다. 진정 ‘아찔한 뒤태’는 남의 이목에 신경쓰기보다 자신의 일을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진실된 태도에서 나온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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