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신흥 소비세력 급부상
직장인 한모(42ㆍ남)씨는 매일 출근 전 미백 효과가 있는 자외선차단제(선블록)을 바른다. 신경 써서 꾸민 것처럼 보이는 BB크림은 왠지 부담스럽고 ‘바른 듯 안 바른 듯’ 피부색을 보정해주는 선블록이 적당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헐렁한 사각 팬티도 아저씨 느낌이 나서 달라붙는 속옷으로 바꾼 지 오래다. 최근엔 유행에 맞춰 바지 밑단을 두세 번 접어 발목도 노출한다. 한씨는 “사회생활 초기에는 주로 정장을 구입했지만 요즘은 캐주얼 패션 의류 매장을 더 자주 찾는다”며 “겉으로 젊어 보이게 입어야 실제로도 젊게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빠’ 대신 ‘오빠’로 불리기 원하는 40대와 50대 ‘아재’들이 과거에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패션 의류와 화장품 시장에서도 신흥 소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중년들은 자기 자신을 가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아재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들도 덩달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팬츠와 신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페이크삭스 등 젊은 스타일 상품에 대한 4050 남성들의 구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6배 급증했다. 찢어진 청바지 등 빈티지 청바지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7% 증가했다. 스키니팬츠 구매량은 18%, 모자가 달린 상의(후드집업) 구매는 259% 늘었다. 옷깃이 없는 맨투맨티셔츠 구매도 70% 많아졌다.
4050 남성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발목을 드러내는 패션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이 같은 스타일을 위해 필요한 운동화(스니커즈) 구매량도 294%나 높아졌다. 페이크삭스 구매도 143% 증가했다. 반면 정장구두(-24%) 정장바지(-11%) 드레스셔츠(-19%) 정장재킷(-15%) 등 전통적인 중년 남성 의류는 구매량이 줄었다.
무난하고 점잖은, 그리고 편한 제품만 찾던 중년층 남성들의 속옷 취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헐렁하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인기를 누렸던 사각 트렁크팬티 대신 옷맵시를 위해 타이트한 일명 ‘쫄사각 팬티’로 불리는 드로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남성속옷 디자인을 담당하는 정효민 과장은 “3,4년 전만 해도 트렁크팬티를 찾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드로즈 제품이 해마다 늘어 현재는 전체 남성 팬티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드로즈는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옷맵시를 잘 살려주는 데다 최근에는 중년들도 운동 등의 과정에서 남에게 속옷을 보일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재파탈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도 주목 받고 있다. 앉아서도 복근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복부 다이어트용 저주파 무선 자극기(슬렌더톤), 밋밋하거나 납작하게 꺼진 엉덩이를 보완해 주는 일명 ‘힙업팬티’, BB크림 성분이 들어간 선블록 등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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