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유승민 복당은 나쁜 선례” 향후 당권 ㆍ대권구도 흔들소지
“비박 구테타” 규정 민감한 반응
비박은 “복당 의결 번복 불가” 당 재건 작업 다시 수렁 속으로
이달 10일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첫 의원 정책워크숍을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어 ‘계파청산 선언문’을 낭독했다. 워크숍 마지막 행사에서 의원 122명은 “지금 이 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근 감자탕집에서 이어진 뒤풀이에선 건배사로 “계파청산”을 외쳤다. 하지만 열흘 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결정된 순간, 계파청산 선언은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계파 갈등이란 고질이 도진 새누리당이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4ㆍ13 총선 이후 친박계과 비박계의 공개 충돌은 벌써 세 번째 반복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긴 선거 참패 원인도, 선거 이후 50일 넘게 지도부조차 구성되지 못한 이유도 계파 갈등이었다.
이번 충돌은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의 전격적인 ‘무소속 당선자 일괄 복당’에서 비롯됐지만 그 핵심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있다. 친박계는 복당 결정 과정을 문제 삼아 정진석 원내대표의 책임론과 일부 비대위원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비박계는 무소속 의원의 복당 의결을 절차대로 완수해 번복은 없다고 강경하게 맞선 상태다.
친박계가 유 의원 복당을 ‘비박계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낙인한 배신의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유 의원의 복당이 향후 당권과 대권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이유다. 친박계가 당내 주류이긴 하지만 유 의원의 복당을 계기로 비박계는 전열을 가다듬게 됐고, 그의 개혁보수 행보가 자파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갈등할 접촉면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17일 유 의원 복당 문제로 ‘6인 회동’에 나선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유 의원은 당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갈등을 야기하는 첫 단추를 제공한 분”이라며 “그의 복당은 당의 질서나 정체성 문제에 좋지 않은 커다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총선 직후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하면서 새누리당은 지도부 공백사태에 빠져 들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해, 이를 막으려던 시도는 비박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비박계 쇄신파 의원 8명이 모인 ‘새누리당 쇄신모임’은 “참패의 책임자가 비대위를 이끌 수 없다”고 반대했다. 당내 의사결정도 할 수 없던 식물정당 처지의 새누리당은 지난달 3일 정진석 원내대표를 선출,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 투트랙으로 당 재건에 나서려 했다. 이 때는 친박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친박계는 비대위에 비박계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강경파 김용태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문제 삼았다. 결국 비대위와 혁신위 추인을 위해 소집된 상임전국위는 새누리당 사상 처음으로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른바 친박의 보이콧에 의한 5ㆍ17 쿠데타였다. 그 때도 친박 의원들은, 비박계가 유승민 의원을 복당시켜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임전국위 사회를 맡은 정두언 전 의원은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 분노했다. 이번 친박계의 반발은 집단 보이콧으로 초유의 ‘자폭정치’를 보여준 지 한 달 만에 재연된 것이다. 유 의원 복당 정국에서 친박계가 결집해 계속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새누리당이 공중 분해 위기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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