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려는 신입사원, 꼭 붙잡으려는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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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려는 신입사원, 꼭 붙잡으려는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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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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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 1년 이하 신입 퇴사율 28%

“일단 붙고 보자” 묻지마 지원 후

적성 등 맞지 않아 재취업 노려

대졸 신입들 평균 18개월 교육

일대일 멘토링ㆍ효도수당 지급

부모를 만나 설득 부탁하기도

드라마 ‘가족의 비밀’ 캡처

대기업 부장 양모(47)씨는 얼마 전 지난해 입사한 한 여성 신입사원의 부모님을 만났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며 고민하던 물류팀의 신입사원이 퇴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개인 면담을 하고 따로 불러 저녁을 사주며 달래봐도 소용없었다. 양씨는 고민 끝에 부모에게 “딸의 마음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양씨가 이런 고육지책까지 쓴 것은 최근 2년간 부서에 들어온 신입사원 5명 중 3명이 업무에 적응하기도 전에 회사를 그만둔 탓이다. 그는 “선생님도 아닌데 부모까지 찾는 게 과한 것은 아닌지 고민했지만 회사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계속된 불황으로 취업은 청년들의 지상과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1년도 안돼 그만두는 직장 새내기들의 ‘초스피드 퇴사’도 늘면서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재직기간 1년 이하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7.7%에 달했다. 2014년 조사 때와 비교해 2.5%포인트, 2012년보다는 4.1%포인트 증가했을 정도로 조기 퇴사는 두드러지는 추세다.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싫증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직무 적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일단 붙고 보자’는 묻지마 지원이 대세가 되면서 적성은 따지지 않은 채 취업에만 목을 매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랜 기간 행정고시를 준비했으나 거듭된 실패로 진로를 바꾼 뒤 지난해 한 대기업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정모(29)씨도 같은 이유로 7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그는 “처음엔 일이 서툴러 그러려니 했는데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 선배들의 칭찬을 받고 나서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삽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가 여전히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기업문화를 감내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조기 퇴사의 원인이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던 강모(28)씨는 원했던 마케팅 업무를 맡았으나 반년도 안돼 직장을 나왔다. 강씨는 “상사는 개인 사정은 들을 생각도 안하고 끊임없이 야근을 강요했다”며 “어차피 연봉도 그리 많지 않은데 이왕이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 연구직을 그만 둔 최모(30)씨 역시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다. 최씨는 “살아남으려 매일 자정이 다 돼서 퇴근하는 부장들을 보면서 끔찍한 미래가 그려졌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면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과 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감안하면 어떡해서든 이들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졸 신입사원이 제 몫을 하려면 평균 18.3개월의 교육기간과 연간 6,000여만원의 교육비가 소요된다는 조사도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조기퇴사를 막기 위해 선ㆍ후배간 일대일 멘토링을 실하고 신입사원 부모에게 ‘효도수당’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 이직 배려를 조건으로 직원을 붙들기도 한다. 지난해 9월 한 식품회사에 들어간 황모(25ㆍ여)씨는 최근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겠다”며 사직서를 냈다. 그러자 상사는 “야근을 줄여 공부할 시간을 줄 테니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읍소해 황씨를 당황케 했다.

그러나 기업의 이런 노력들은 청년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적성이나 급여 불만족은 표면적인 퇴사 이유일 뿐 신입사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회사 공동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나동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조기퇴사를 막으려면 신입에게만 조직문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지 말고 기존 재직자들도 달라진 세대 문화에 맞춰 기업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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