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
스티안 홀레 글, 그림ㆍ이유진 옮김
웅진주니어 발행ㆍ40쪽ㆍ9,000원
그림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이와 어른을 나누는 책과 나누지 않는 책. 어느 쪽이 낫고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니까.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은 대놓고 입장을 밝힌 셈이다. “지금 아이인 나는 괜찮지 않은데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까요?”라는 질문으로 읽힌다. 표지를 보니 눈가에 근심이 가득한 사내아이가 눈을 맞춘다. 콧잔등엔 주근깨가 가득하다. 책을 펼친다. 그 아이가 여전한 얼굴로 정원에 앉아 있다. 발그레 익어가는 사과나무 아래 할머니 셋이 세 쌍둥이처럼 앉아 있다.
“가르만의 여름은 곧 끝날 거야.” 어느새 귀뚜라미가 노래를 한다. 올 여름도 정원의 자두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고, 꽃들은 앞 다퉈 피었으며, 참새들은 쉬지 않고 재잘댔고, 친척 할머니 삼총사는 케이크와 손수 짠 털모자 꾸러미를 들고 놀러 왔다. 여느 해와 다를 바 없는 여름이다. 하지만 가르만은 이제 여섯 살, 이 여름이 끝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겁이 난다. 아직 글도 쓸 줄 모르는데, 앞니도 안 빠졌는데, 자전거도 못 타는데. 그런 아이에게 할머니들이 묻는다. “뱃속에서 나비들이 팔랑거리니?”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하는 걸 일컫는 노르웨이 관용구란다. 멋지다.
작가는 실사 사진과 다양한 질감의 그림을 사진 수정 작업으로 매끈하게 합성하여 화면을 꾸몄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포토몽타주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에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글은 느리고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아이의 시선에 포착된 여름날의 풍경과 사람들,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공들여 차근차근 짚어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감각적인 성장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놀랍게도 이 책은 두려움을 해치워야 할 숙제로 여기지 않는다. 얕보지도 않고 얼른 이겨내라고 채근하지도 않는다. 어른들은 가르만에게 쉽게 극복되지 않는 제 몫의 두려움을 선선히 드러낸다. 일터에서 느끼는 중압감, 뜻하지 않은 사고, 쇠약해지는 몸, 앞으로 닥칠 죽음과 이별…. 두려움은 삶의 일부이고, 사람은 누구나 뱃속에 팔랑거리는 나비를 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여섯 살 아이와 젊은 부모가, 세상 떠날 날이 머지않은 노인이 서로를 존중하며 속내를 터놓고 대화하고 교감한다. 그렇게 아이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가르만의 여름이 지나간다. 아무래도 제목이 마뜩지 않다.
최정선 어린이책 편집 기획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