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유럽ㆍ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ㆍ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중국은 특히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세르비아ㆍ폴란드ㆍ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ㆍ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을 통해 일대일로의 유럽 관문인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 대국관계 형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해서도 우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시 주석의 첫 방문국인 세르비아와 철도ㆍ교량 등 인프라 건설과 금융, 통상 등 다방면에서 대규모 투자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세르비아는 기술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산ㆍ투자비용이 적어 동유럽권에선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시니사 말리 시장은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과 베오그라도 하수처리시설 등에 5억6,000만달러(6,500억원)를 투자하는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중국 기업은 베오그라드에 산업공단 건설을 추진중이고, 세르비아 현지기업 인수에 나선 중국 기업도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인민망은 특히 이번 순방에서 체결될 대규모 프로젝트 자금 조달 방안의 일환으로 AIIB의 역할과 실크로드기금을 강조했다. 올 초부터 운영에 들어간 AIIB는 미국과 일본 등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대체ㆍ보완하겠다며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다. 실크로드기금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실현을 목표로 400억달러 규모로 조성됐다. 중국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에 돈잔치를 벌여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3개국 순방의 마무리를 23~24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제16차 SCO 정상회의로 잡았다. 중국ㆍ러시아 중심의 중앙아시아권 국가들의 안보ㆍ경제협력체인 SCO는 최근 들어 중동과 동유럽ㆍ아프리카 등지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정회원국은 6개국에서 8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고, 정회원 신청국과 대화파트너 신청국도 각각 6개국, 9개국이다.
중국은 SCO를 중앙아시아권 국가들과 경제벨트를 조성하는 데 있어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원하는 국가들과 안보협력의 밀착도를 동시에 높여 결과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중앙ㆍ남부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에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AIIB와 실크로드기금, SCO 등 자신들이 주도권을 쥔 기구를 적극 활용하려는 건 미국에 맞설 초강대국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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