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다량 생산에만 주력
양호한 곳 온라인에 알리고
관련 책자 제작 펀딩도 진행”
국내 4,500여개 강아지 번식장 가운데 강아지 공장이 아닌 윤리적으로 강아지를 번식, 사육하는 곳은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60여 곳을 찾아다닌 두 청년이 있다. 수의사 권혁호(30)씨와 남미의 수공예 소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크래프트링크의 고귀현(30)대표다.
최근 언론을 통해 강아지 공장 문제가 관심을 모으면서 정부도 강아지 생산업소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아지 생산업소의 수나 관리 실태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이들은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반려인들이 강아지 번식업 관련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강아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제대로 된 브리더(사육업자)와 켄넬(전문 견사)가 있는지 점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조사는 강아지 공장이 문제가 되기 한참 전인 올 3월부터 시작됐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 생산업으로 등록한 94곳과 동물판매업을 병행한다고 등록한 54곳,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유명 브리더로 알려진 100여 곳을 추렸다. 이 가운데 가족들이 각각 생산업으로 등록한 곳 등을 제외하니 70여 곳으로 좁혀졌다.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방문해 시설을 살피고 생산업자들을 인터뷰했다.
“강아지 번식장을 직접 조사해서 윤리적으로 올바른 브리더를 소개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해주는 번식업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를 거부하는 곳은 개장수로 가장해 찾아가기도 하고, 몰래 가서 살펴보기도 했었죠.”
이렇게 지난 3개월간 돌아본 번식업장은 58곳이다. 대부분의 번식장은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에서 과배란을 시켜 최대한 많이 강아지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는 데 있었다.
권씨는 “온라인 상에 잘 알려진 브리더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 눈에 많이 띄는 장소가 아닌 뒤쪽 번식장에서 대형견을 뜬장에서 키우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네티즌들의 추천을 많이 받는 곳이었지만 강아지 공장과는 다름없는 곳들도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강아지 공장처럼 운영하면서도 막상 주인은 “이 정도면 잘하는 것”이라며 문제의식을 갖추지 못한 브리더들도 꽤 있다.
이는 국내에 번식업 관련해 어떤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권씨와 고씨도 국내 번식업 기준이 없다 보니 영국과 미국, 호주 등의 번식업 기준을 찾아 그것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없었지만 일정 기준을 넘긴 비교적 양호한 브리더들은 총 8곳이었다. 이들은 8곳의 브리더를 온라인(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8402)에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강아지 공장 실태와 입양을 위한 상식, 올바른 브리더를 고르기 위한 체크리스트 등을 담은 소책자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서’를 제작하기 위해 ‘굿바이 토토’라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200만원을 모으는 목표는 달성한 상황이지만 더 많은 책자 제작을 위해 추가 모금을 하고 있다. 이들은 펀딩 참가자들과 도서관, 동물병원, 학교 등에 책자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이들은 반려인들이 바뀌어야 번식업자도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번식업자들이 가정견 분양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제대로 운영되는 브리더를 찾아 나선다면 비윤리적 강아지 공장은 곧 사라질 것입니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권혁호씨와 고귀현씨가 방문해 촬영한 강아지 공장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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