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 사망후 20년간 나홀로 생활
온라인 통해 극단화 가능성 제기
총기 사건이 드문 영국에서 조 콕스(42) 의원의 피격 사건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용의자 토머스 메이어(52)가 콕스 의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흉기로 추가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목격자들이 전하는 메이어의 공격 장면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피습 현장 주변의 카페 주인인 클라크 로스웬은 “커다란 풍선 터지는 소리가 들려 바깥을 내다보니 50대 남성이 여성에게 두 차례 총을 쐈고, 쓰러진 여성의 얼굴에 다시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이 남성을 붙잡으려 하자 칼을 꺼내 휘둘렀고 쓰러진 여성을 여섯 차례 칼로 찔렀다”고 기억했다. 다른 목격자는 “메이어가 총을 맞고 쓰러진 콕스 의원을 여러 차례 발로 찼다”고도 말했다. 메이어는 콕스 의원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영국이 우선(Britain first)”이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용의자 메이어는 콕스 의원 사무실 근처에 살고 있는 버스톨 지역 주민으로, 1996년 함께 살던 할머니가 사망한 뒤 줄곧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메이어가 친절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고, 이웃의 정원 손질을 도와주곤 했다고 전했다. 특별한 직업은 없으며 정기적으로 마을 도서관에 가서 컴퓨터를 사용했다.
다만 메이어는 정신병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1년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돼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낀다”며 “오랜 기간 직업이 없어서인데 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어떤 심리ㆍ약물치료보다 좋았다”고 정신병력을 털어놨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기난사범 오마르 마틴이 온라인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를 스스로 학습한 것처럼, 메이어 역시 온라인을 통해 극단화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메이어는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 ‘스프링벅(남아프리카 영양) 클럽’에 가입했으며, 이 단체가 펴내는 온라인 잡지를 구독했다. 잡지는 최근호에 게재된 기사에서 “영국이 퇴행적인 유럽연합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메이어의 범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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