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아시아 트리뷴’ 가짜 기사에 술렁
해외 가짜뉴스 사이트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자살폭탄테러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내보내 정부 부처와 국내 매체 등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
16일 밤(한국시간) ‘이스트 아시아 트리뷴’(East Asia Tribune)이란 매체가 “북한 김정은이 자살폭탄테러로 보이는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바로가기)를 내보냈다. 내용은 북한 국영 조선중앙TV가 김정은이 16일 오후 2시 평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죽었다고 발표했다는 것. 이 사이트는 구체적으로 “김정은이 보통강 구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중 오후 2시 한 여성이 경호원의 경계선을 뚫고 다가가 폭탄을 터뜨렸고, 김정은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도착 당시 사망상태였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짜 등은 적시되지 않았다.
17일 아침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 담당 기자들이 긴급히 사실 확인에 나섰으나, 곧 이 매체가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보도하는 유머 사이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보 당국은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사실 파악에 주력했으나, 북한 내부 특이동향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정은은 멀쩡히 살아 있다”고 했고, 통일부 역시 “댓글 등을 보면 얼마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매체인지 알 수 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매체가 최근 보도한 기사들을 보면 ‘싱가포르의 한 남자가 명품 가방으로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홍콩 당국이 불법 스트립 마작 토너먼트 현장을 급습했다’ ‘중국이 홍콩을 올해 말까지 영국에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 등등 사실과 다른 수준을 넘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이 매체는 ‘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뉴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슬로건마저 블랙 유머인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명백한 가짜 뉴스를 마치 진짜 보도기사처럼 써서 내보내는 페이크(fake) 뉴스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나오면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퍼 나르는 문화를 이용한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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