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사실은 미리 알았지만 당장 결론 내릴 줄은 몰라”
“최경환 대표 당선 막을 의도” 비박계 반란 신호탄 여부 주시
청와대는 16일 부글부글 끓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로부터 ‘유승민 등 탈당파 의원 전원 복당 전격 결정’이라는 일격을 당한 탓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엔 충분한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는 “언론 보도를 보고 복당이 결정된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오늘 표결에 부쳐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는 것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손을 쓸 틈이 없이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라 규정한 유승민 의원에게 복당 문을 열어준 것은 청와대의 뜻이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는 지난해 유 의원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몰아낸 데 이어 20대 총선 공천을 주지 않아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 했다. 유 의원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온 이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용서하지 않았다”는 복당 반대 메시지를 새누리당에 여러 차례 보냈다. 비대위가 유 의원 복당을 기습 결정한 것을 청와대가 ‘항명’이라 보고 발끈한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복당 번복 가능성에 대해 “당이 결정한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 의원이 복당 결정 전부터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하는 등 국정 발목을 잡겠다고 벼르는 것 같다”며 “두고두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비대위의 기습 결정이 ‘비박계 반란’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민감해 했다. 여권 인사는 “비박계 주도로 유 의원을 서둘러 복당시킨 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대표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지형을 흔들겠다는 의도”라며 “비박계 중진 등 일부 인사들이 일찌감치 기습 표결 계획을 짜고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인선에 이어 유 의원 복당 결정까지, 박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않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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