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그룹 매출 2.3% 늘었지만
중국 부진에 쇼핑 영업익 큰폭 감소
음료 중국법인도 10년째 적자 늪
중국 통한 비자금 축적 의혹 커져
롯데그룹이 외형적으로는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 주요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해 온 중국 사업의 부실이 커지고 있어, 해외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이 부분까지 살펴볼 지 주목된다.
16일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91개 롯데그룹 계열사의 총 매출은 전년(66조7,237억원)대비 2.3% 증가한 68조2,83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양적 팽창과는 달리 주요 계열사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 중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37곳(40.7%)이나 됐다. 특히 9곳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비율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군도 15곳에 달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부를 책임진 롯데쇼핑의 경우에도 영업이익이 2014년 9,934억원에서 지난해엔 7,147억원으로 28%나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올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08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1%나 줄어든 성적이다. 이는 중국 사업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300억원을 기록한 마트 부문 영업이익은 해외에선 240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상하이 화둥(華東)법인의 손실 때문”이라며 “경기 악화와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 심화, 3개 신규 점포 영업 적자, 판촉 행사에 따른 이익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석유화학 중심의 롯데케미칼도 중국에선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3,743억원)대비 357% 급증한 1조3,35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유독 중국 현지의 7개 법인 가운데 2곳은 여전히 적자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1990년 한국으로 들어와 경영 수업을 시작한 곳이어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직접 챙겨온 회사다.
국내 음료업계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 역시 중국에선 기를 못 펴고 있다. 지난 2005년 ‘글로벌 롯데’를 표방하며 관련 업체 인수와 함께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10년째 적자만 내고 있다. 금융금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중국 법인인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는 지난해 63억2,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음료 및 주류 사업 확장을 위해 2011년 설립한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도 지난해 19억1,900만원, 롯데주업유한공사는 1억9,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3개 법인의 손실액은 총 84억3,800만원이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검찰 수사와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조치 등의 요인으로 올해 롯데그룹 전체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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