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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상한 거래 속속… 롯데 ‘비자금 통로’ 드러나나

입력
2016.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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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서

일본 계열사 개입 자금 챙긴 의혹에

홍콩에 세운 롯데쇼핑홀딩스는 거액 손실…비자금 허브 가능성

롯데닷컴도 채무보증 100억원 손실

검찰, 해외 자금 흐름 집중 수사

울산시 남구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해외 법인들을 비자금의 세탁 통로로 활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비상장 계열사 간 부당거래로 발생한 자금이 해외 거래를 통해 특정 해외법인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사운영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데다, 국내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순위로 수사선상에 오른 국내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도로 인수합병을 거듭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룬 롯데케미칼은 롯데상사를 통해 해마다 수조원대의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롯데물산과 A사의 홍콩 법인 등을 중개업체로 개입시켜 수수료 등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1997년 외환위기(IMF) 시기 국제 금융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일본 계열사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6일 검찰 관계자는 “해명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일본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 간의 자금 거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소명이 부족하면 한일간 사법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끝난 한참 뒤인 2013년까지 일본롯데물산이 장기간 원료 거래에 개입해 수수료를 챙겼던 데다, A사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출범할 때 롯데케미칼 직원이 이직한 점 등을 볼 때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008년 롯데쇼핑 홍콩법인격으로 설립된 롯데쇼핑홀딩스가 해외법인으로 향하는 비자금 유통의 ‘허브’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쇼핑홀딩스는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계열사들이 무려 1조원 상당의 자금을 출자해 설립됐다. 그러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 등에서 2014년에만 3,3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쇼핑홀딩스가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LHSC는 1,500억원을 투자해 중국의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를 인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 손실 처리된 거액의 자금이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롯데닷컴이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닷컴재팬에 2010년부터 5년간 채무보증을 서면서 1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도 의문이다. 당시 롯데닷컴 감사였으면서도 채무보증을 결정하던 이사회에 수 차례 불참,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인사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에 위치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특수목적법인(SPC) 로베스트는 호텔롯데 등 계열사들에 롯데물산의 주식 가격을 부풀려 매각, 900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신 총괄회장에게 안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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